by홍종민Sep 26. 2026brunch_membership's
10장.
연습이 몸이 된다
처음 전이 해석을 배웠을 때 이상했다.
알겠다. 이론은 이해했다. 전이가 무엇인지, 해석이 무엇인지, 왜 해야 하는지. 그런데 막상 내담자 앞에 앉으면 그 이론이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 알고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완전히 달랐다. 이론은 머릿속에 있었는데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가 알아도 몸이 몰랐다.
나만 그런 줄 알았다. 내가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 공부해야 한다고. 더 읽어야 한다고.
그런데 이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일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숙련된 치료자들과 초보 치료자들은 둘 다 불안, 회피, 자기의심과 씨름하며, 모두 불편한 순간을 경험하고, 모두 자신들이 내담자에게 적절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는다(한나 외, 2025: 53). 다 그렇다. 숙련된 사람도.
그렇다면 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 경험이 쌓이면 무엇이 구체적으로 달라지는가.
의도적 연습이 달라지게 한다. 그냥 시간이 지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특정 기술을 반복하는 것. 불편한 것을 직면하고 반복하는 것. 그 반복이 내담자 앞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게 만든다.
연습이 몸이 된다. 그게 전부다.
— 알고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 —
전이 해석에서 이 격차가 가장 크다.
이론으로는 안다. 내담자의 반응이 나에 대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과거 관계가 지금 나에게 옮겨오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을 함께 보는 것이 전이 해석이라는 것을.
그런데 내담자가 갑자기 화를 낼 때, 내가 실제로 뭔가를 잘못한 것이 아닌지 먼저 불안해진다. 내 실수를 먼저 찾는다. 방어적이 된다. 전이일 수 있다는 생각은 나중에 온다. 한참 뒤에. 상담이 끝나고 나서야.
상담이 끝나고 나서야 그게 전이였다는 것을 안다. 그때는 이미 기회가 지났다. 내담자는 이미 그 경험을 안고 집으로 갔다. 내가 나중에 혼자 알아봤자 소용없다.
이 격차를 줄이는 것이 연습이다. 상담 중 그 순간에 알아차리는 것. 알아차리고 말할 수 있는 것. 그 능력이 연습으로 만들어진다.
전이 해석의 현대적 정의는 치료실 밖에서 내담자가 타인과 겪는 경험을
치료 안에서 치료자와의 경험, 그리고 과거 양육자와의 관계 경험과 연결 지어 명확히 해 주는 신중한 언급이다(한나 외, 2025: 119).
신중한 언급. 두 단어지만 무겁다. 신중하다는 것은 내담자의 동맹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비난받는다고 느끼지 않으면서, 그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 방식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이론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 앞에서 자연스럽게 그 방식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기술 기준을 몸에 새기는 법 —
전이 해석의 기술 기준이 네 가지로 정리되어 있다. 읽으면서 내가 상담에서 하던 것들과 비교해봤다.
첫째. 내담자가 다른 사람들과 관련하여 말한 것이 지금 이 순간 상담관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유사한지 내면으로 먼저 생각해 본다(한나 외, 2025: 120).
내면으로. 조용히. 여기서 시작한다.
나는 초기에 이것을 건너뛰었다. 내담자가 뭔가를 말하면 바로 반응했다. 조용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없었다. 들으면서 동시에 무슨 말을 할지를 생각했다. 상대의 말이 입으로 들어오는 동안 내 답이 입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 전이가 보이지 않는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없으면 내담자가 나에게 무언가를 옮겨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그냥 하는 말을 들을 뿐이다. 그 시간을 먼저 확보하는 것. 내담자가 말하는 동안, 나는 동시에 두 곳을 보고 있어야 한다. 하는 말. 그리고 그 말이 나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것과 얼마나 닮아있는지.
둘째. 내담자가 다른 사람들과의 경험에 대해 전달한 내용을 들은 대로 반영한다(한나 외, 2025: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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