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홍종민Aug 27. 2026brunch_membership's
5장.
분석가를 향해 쏘는 적대감
어떤 내담자를 만나면 만날수록 어긋난다. 무슨 말을 해도 잘못 전달된다. 지난주보다 나아진 것 같았는데 이번 주에 다시 제자리다.
상담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내 쪽에서 원인을 찾았다. 말을 잘못했나. 표현이 적절하지 않았나.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나. 자바카라하면서 더 조심했다. 조심할수록 거리는 더 멀어졌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닌 경우가 많았다. 내담자가 나를 어떤 대상으로 경험하고 있는지의 문제였다. 무엇을 말하든, 어떻게 표현하든, 비판하고 공격하는 존재로 경험되는 한, 그 말은 비판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것을 알고 나서 자바카라이 줄었다. 이 경험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초기 불안이 분석 상황에서 재활성화되면, 적대적인 대상에게 공격당한다는 느낌이 분석가에게 옮겨진다. 분석가는 파괴적 에너지의 원천으로 경험된다(클라인, 2019: 77).
클라인이 맞다. 그런데 임상은 조금 다르게 말한다. 이론에서는 "초기 불안의 재활성화"라는 말이 깔끔하게 들린다. 상담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냥 맞고 있는 느낌이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비난받는 느낌. 그 느낌을 가지고 버티는 것이 이 일의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이 적대감은 나를 향한 게 아니다. 내담자의 오래된 내적 세계에서 온다. 어린 시절 경험했던 적대적 대상의 자리에 지금 내가 앉혀진 것이다. 그것을 알면 받는 것이 달라진다. 비난을 내 것으로 받지 않는다. 이 공격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본다.
— B씨 이야기 —
클라인의 임상 기록에 나오는 사례다. 서른 살이 채 안 된 남성 환자였다. 망상적 색채가 강했고 우울했다. 3년째 클라인에게 분석을 받고 있었다.
어느 날 B씨가 부정적인 기분으로 회기를 시작했다.
클라인이 분석 시간을 재조정하면서 그가 싫어하는 다른 남자 환자와 마주치는 일이 생겼다. 그게 안전감을 빼앗았다. 분석받으러 오는 길에 그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
이 불쾌한 만남이 클라인의 마법적인 조종이라고 느꼈다. 클라인이 다른 환자에게 자신의 분석 내용을 폭로했다고 믿었다.
두 사람이 결탁해서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생각했다.
전부 환상이었다. B씨에게는 현실이었다.
클라인은 그것을 환상이라고 반박하지 않았다. 환상이라고 말해도 경험은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경험을 부인당했다고 느낄 뿐이다.
환상임을 인식하면서, 동시에 그 경험이 현실이라는 것도 인식하는 것. 그 둘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게 어렵고, 또 필요하다. 경험이 현실로 느껴진다는 걸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 경험이 오래된 곳에서 온다는 걸 보는 것. 그 균형이 부정적 전이를 다루는 중심에 있다.
클라인은 3년 동안 이 적대감과 박해 경험을 받아냈다. 포기하지 않았다. 이 박해 상황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B씨와 함께 들여다봤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실제로 선생들과 아버지에게 그에 대해 고자질했다. 그 오래된 경험이 상담실에서 재연되고 있었다.
박해는 현실이 아니었다. 박해받는 느낌은 현실이었다. 그 느낌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보는 것 — 클라인이 한 일이다.
— 나쁜 감정이 나에게 올 때 —
50대 초반 남성이 있었다. 온라인 게임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주로 했다. 상사가 무시한다고 했다. 동료들이 배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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