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그 사람 이야기가 아니다

by홍종민

분노의 주소가 틀렸다


누군가가 이유 없이 거슬린 적이 있는가.

그 사람이 대단한 잘못을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말투가 거슬린다. 걸음걸이가 거슬린다. 웃는 방식, 밥 먹는 소리, 회의 때 손드는 각도까지 거슬린다. 내 안의 더듬이가 그 사람만 만나면 곤두선다. 센서가 켜진다. 레이더가 그 사람을 향해 돌아간다. 멈추질 않는다.

나는 안다. 이 정도로 미워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그런데도 미움이 꺼지질 않는다.

왜 그럴까.

흔히들 말한다. 그 사람이 진짜 별로라서 그렇다고. 사람 보는 눈이 있어서 알아본 거라고. 아니다. 내가 보기엔 아니다. 그 사람은 과녁이 아니다. 그 사람은, 원래 다른 데로 갔어야 할 화살이 잘못 꽂힌 자리일 뿐이다.

이게 팩트다.


화살은 엉뚱한 데 꽂힌다


상담실에서 나는 이 장면을 수도 없이 봤다.

한 중년의 교사가 들어와 앉았다. 자기 목소리를 못 내는 게 힘들다고 했다. 처음 몇 번은 조용했다. 말을 아꼈다. 온라인 게임은 어떠냐고 물으면 교장하고도 그럭저럭 지낸다고 했다.

그런데 여덟 번째 만난 날, 갑자기 교장 이야기가 터졌다.

교장이 학생한테도 교사한테도 무신경하다고. 일할 때 유난히 깔끔 떨고 고지식해서 숨이 막힌다고. 목소리에 분노가 펄펄 끓었다. 그동안 조심스럽던 사람 입에서 나온 거라기엔, 너무 뜨거웠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뭔가 어긋났다.

이 분노, 크기가 안 맞는다. 상황은 이만한데 분노는 저만하다. 방금 생긴 화가 아니다. 오래 묵은 게 섞여 있다. 그때 더듬이가 꿈틀거린다. 이 사람, 지금 딴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이 화, 여기서 시작된 게 아니구나. 진짜 주소는 딴 데구나.

정신분석가 바우어는 이걸 전치(轉置)라고 불렀다. 바우어(2023)는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더 안전한 대상에게 옮겨 싣는 것이 전치라고 설명한다(p. 70). 받아야 할 사람에게 못 보낸 편지가, 엉뚱한 주소로 배달되는 일이다.

교장 이야기는, 교장 이야기가 아니었다.


화는 왜 밖으로 튀어나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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