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에 서 있던 아이
코로나가 처음 세상을 덮던 그해 봄, 나는 침대에 누워 숨을 세고 있었다.
들이쉬고.
내쉬고.
그리고 다음 숨이 오는지를 기다렸다.
그 밤, 나는 마음속으로 하나의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몇 해 뒤, 나는 또 다른 문 앞에 서 있었다.
오래전 내가 떠나온 고향의 문이었다.
그 문 앞에는,
문 밖에 서 있던 어린 내가 아직 남아 있었다.
그 아이를 만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망설였는지,
아들이 아니라서 문턱 밖에 머물러야 했던 날들을
얼마나 오래 다시 들여다봐야 했는지는
천천히 풀어놓으려 한다.
다만 그 문을 열기 전,
나는 영국 집 44번지의 열쇠를 필리핀 친구 글레나에게 건넸다.
그녀가 말했다. “불은 계속 켜둘게요.”
나는 그 한마디를, 짐 가방보다 먼저 챙겨 들고 떠났다.
이 바카라은 두 개의 문에 관한 이야기다.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 Broadbottom,
그리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밀양.
겉으로는 전혀 다른 두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내가 하려 했던 일은 같았다.
문을 열어두는 것.
불을 꺼뜨리지 않는 것.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작은 자리,
낯선 사람이 잠시 앉을 수 있는 빈 의자 하나,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식탁 하나.
그 집들을 거쳐 간 사람들이 있다.
Broadbottom에서는
창가에 앉아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던 J,
말없이 그림을 그리다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린 앨리슨,
시계 아래 자기 자리를 오래 지키던 마가렛이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문 너머에는
오랜 세월을 건너온 얼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십 년 만에 내 차를 가로막고 “밥은 뭇나” 묻던 학이오빠,
낮에는 배낭여행자였다가 밤이면 넥타이를 매던 주세페,
한 번도 안겨보지 못한 엄마를 찾아 먼 길을 온 동준.
두 마을.
두 언어.
두 세대.
그러나 그 앞에 선 사람들의 마음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누군가는 들어오기를 기다렸고, 누군가는 돌아올 사람을 기다렸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저 불이 꺼지지 않기를 바랐다.
문 밖에 서 있던 그 아이처럼.
이제
그 두 개의 문을 차례로 열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