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다시, 라다크(3)
전날 투루툭을 당일로 다녀온 뒤 훈데르로 돌아와 하룻밤을 더 묵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판공초(Pangong Tso)로 향했다.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마음이 움직이는 곳이었다. 첫 라다크 여행에서 판공초는 여정의 마지막 장면 같은 곳이었다. 영화 《세 얼간이》의 마지막 장면으로 익숙했던 호수였고, 실제로 마주한 물빛은 화면보다 훨씬 강렬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가장 다시 보고 싶은 장소였다. 훈데르를 떠나는 아침, 마을길을 걷다가 달리는 사람들을 만났다. 라다크 마라톤을 준비하는 러너들이었다.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곳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걷는 것만으로 숨이 찼던 첫 라다크가 떠올랐다. 한 러너가 지나가며 말했다. “Good morning!” 나도 인사를 돌려주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다른 러너에게는 내가 먼저 말했다. “Good morning!” 그가 힘겹게 웃으며 다시 인사를 건넸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판공초로 가는 길 역시 많이 변해 있었다. 7년 전 사진을 찍었던 오래된 다리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바로 옆에는 훨씬 크고 반듯한 새 다리가 놓여 있었다. 예전에는 작은 간이 건물 하나가 전부였던 쉼터에는 커다란 식당과 휴게소가 들어섰다. 수많은 관광객이 차에서 내려 식사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길은 좋아졌다. 여행은 편해졌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던 장면은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판공초에 가까워질 무렵에는 마멋도 만났다. 통통한 몸으로 길가에 앉아 있는 녀석들은 사람이 다가가도 쉽게 도망가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판공초. 7년 만이었다. 물빛은 여전히 푸르렀다. 햇빛이 움직일 때마다 파란색과 청록색 사이를 오갔다. 호수 초입은 훨씬 관광지답게 변해 있었다. 영화 《세 얼간이》를 연상시키는 노란 스쿠터와 각종 포토존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예전에 있던 거대한 흰 야크가 보이지 않았다. 돈을 내면 야크에 올라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 야크 어디 갔을까?” 내가 타시에게 물었다. 그가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Maybe retired.” 우리도 웃었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좋았다. 7년이라는 시간은 사람에게만 흐르는 것이 아니었다. 호숫가를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가 메락(Merak)에 도착했다.
짐을 숙소에 내려놓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나무 한 그루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7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 유난히 기억에 남았던 나무가 있었다. 왜 그 나무였는지는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여행의 기억이란 그런 것이다. 유명한 관광지는 잊어버리면서도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나무 한 그루, 작은 식당의 의자 하나, 어느 오후의 빛 같은 것을 오래 붙들고 산다. 나는 기억을 더듬어 그 나무를 찾아갔다.
그리고 잠시 그 앞에 서 있었다. 분명 같은 나무였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던 나무와 달랐다. 가지가 더 뻗어 있었고, 형태도 달라져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찾아왔나 싶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나무도 7년을 더 살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7년 동안 수많은 일을 겪고 나이를 먹었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 나무만큼은 사진 속 모습 그대로 서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사진 속 나무는 그날에 머물러 있었지만, 실제 나무는 그 뒤로도 계속 자라고 있었다. 같은 나무를 다시 만났다는 사실과 달라진 모습이 함께 마음에 남았다.
사진 속 모습과 달라졌다고 해서 그 나무가 낯선 나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래 기억해온 나무가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반가웠다. 그날 저녁 판공초를 바라보며 오래 앉아 있었다. 이번에는 단 하루밖에 머물 수 없었다. 이미 레에서 델리로 내려가는 비행기를 예약해 두었기에 일정을 늘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다음 날 레로 돌아가는 시간만 최대한 늦췄다. 조금이라도 더 이곳에 머물고 싶었다. 7년 전 처음 라다크를 여행했을 때 나는 자연에는 국경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인도에서는 판공초, 중국에서는 반궁춰라 부르는 호수. 사람들은 지도 위에 선을 긋고 서로 다른 이름을 붙였지만 물은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7년 뒤 다시 찾은 판공초에서는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자연에는 국경이 없지만, 자연에도 시간은 흐른다.
사진 속 풍경을 그대로 되찾으려던 마음도 조금 가벼워졌다. 어쩌면 다시 떠나는 여행은 과거의 풍경을 확인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기억해온 풍경 위에 오늘의 모습을 한 겹 더 쌓는 일에 가까웠다. 7년 전 나는 라다크를 떠나며 언젠가 다시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전의 라다크를 되찾지 못했다. 대신 지금의 라다크를 만났다. 생각해보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여행에서 다시 만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흘러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