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다시 인도로 돌아가게 만든 사람들

by비주류여행자

여행을 오래 하다 보면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같은 기차 칸에서 몇 시간을 함께한 사람,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맥주 한 병을 나눠 마신 사람, 난처한 상황에서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던 사람. 낯선 곳에서는 평소보다 쉽게 말을 걸고, 짧은 시간에도 뜻밖의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잠시 서로의 여행에 등장했다가 각자의 길로 돌아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연은 거기까지다. 시간이 지나면 이름부터 희미해지고, 얼굴도 사진을 꺼내 봐야 겨우 떠오른다. 헤어질 때는 꼭 다시 만나자며 연락처까지 주고받지만, 서로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나면 그 약속은 좀처럼 현실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섭섭한 일만은 아니다. 여행에서의 만남은 짧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기억되기도 한다.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어느 날 함께 나눈 식사와 몇 마디 대화가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때도 있다.

그런데 가끔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는 인연이 생긴다. 특히 같은 곳을 여러 번 찾다 보면 관계의 깊이도 조금씩 달라진다. 처음에는 낯선 여행자였다가 어느새 반가운 손님이 되고, 손님에서 친구가 되고, 때로는 가족과 다름없는 사이가 된다. 비록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는 아니지만 함께한 시간이 쌓이면서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유대가 생겨난다.


인도를 일곱 차례 여행하며 나는 그런 가족을 셋이나 만났다. 타밀나두의 오로빌에서 만난 팔라비 가족, 라자스탄 우다이푸르에서 만난 만비와 미날 쌍둥이 가족, 그리고 아삼의 작은 시골 마을 보코에서 만난 보부 가족.


처음 만났을 때는 이들이 내 삶에 그렇게 오래 남을 사람들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여행이 끝난 뒤에도 연락은 이어졌고, 다시 인도를 찾을 때면 그들이 사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 번의 만남은 두 번이 되었고, 두 번의 만남은 다시 다음 만남으로 이어졌다. 때로는 그들의 집에 머물며 함께 밥을 먹고, 가족의 크고 작은 일들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 관계는 끊어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사는 곳은 더 이상 지도 위의 여행지가 아니었다.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수차례 인도로 돌아간 이유를 타지마할이나 바라나시 같은 이름난 장소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처음에는 낯선 인도가 궁금해 북인도를 여행했고, 두 번째에는 가보지 못한 곳을 하나라도 더 찾아가고 싶어 남인도로 향했다. 그러나 여행을 거듭할수록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는 일 못지않게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을 다시 만나는 일이 중요해졌다.


처음에는 인도가 궁금해서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인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인도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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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만비와 미날(좌), 2026년 아내와 함께 찾은 우다이푸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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