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다시, 라다크(2)
아내의 몸 상태가 좋아지자 누브라 밸리와 판공초 투어를 다녀오기로 했다. 이번 라다크 여행의 원래 계획은 레에 도착한 뒤 사흘 동안 고도에 적응하고, 넷째 날부터 투어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숙소도 처음부터 3박만 예약해 두었다. 하지만 둘째 날 아내가 고산증으로 병원까지 다녀오게 되면서 모든 일정이 불확실해졌다. 일단 셋째 날까지 몸 상태를 지켜본 뒤 투어를 갈지 결정하기로 했다.
다행히 아내의 상태는 빠르게 좋아졌다. 몸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보고 투어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퍼밋이었다. 라다크에서는 누브라 밸리와 판공초처럼 접경 지역으로 들어가기 위해 미리 여행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아내의 상태만 신경 쓰느라 그 준비를 해두지 못했다. 결국 출발은 하루 미뤄졌다. 설상가상으로 우리가 머물던 숙소도 이미 다음 예약이 차 있었다. 같은 방에서 하루를 더 묵을 수도 없었다. 짐을 싸서 다른 숙소를 찾아 옮겨야 했다.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원래 계획은 라다크에서 2주 동안 천천히 여행한 뒤 버스를 타고 마날리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둘째 날 병원에서 숙소로 걸어오던 길, 병원 근처 버스 정류장에 들러 아내에게 마날리행 버스를 보여준 순간 그 계획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걸 타고 열두 시간을 가라고?” 표정만 봐도 답은 분명했다. “난 절대 못 가.” 그렇게 계획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인도를 여행할 때는 늘 플랜 B와 플랜 C가 필요하다. 아무리 꼼꼼하게 일정을 짜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나는 별말 없이 휴대전화를 꺼내 레에서 델리로 내려가는 항공편부터 검색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격이 문제였다. 7년 전과 비교하면 항공권 가격이 크게 올라 있었다. 레와 델리를 오가는 항공권을 검색할 때마다 예전보다 높아진 가격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애초에 마날리까지 육로로 이동하려 했던 이유도 여행 경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돈보다 아내의 건강이 먼저였다.
항공권을 찾아보니 그나마 가격이 괜찮은 날은 9월 11일과 18일이었다. 고산증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으니 18일까지 천천히 라다크에 머물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문제는 고도만이 아니었다. 라다크의 건조한 공기는 아내와 잘 맞지 않았다. 코로 숨 쉬는 것조차 불편해했고, 때로는 코피까지 났다. 굳이 일주일을 더 버틸 이유는 없었다. 결국 9월 11일 델리행 항공권을 예약했다. 그 순간부터 라다크에서의 남은 시간이 정해졌다. 여유롭게 4박 5일로 다녀오려던 누브라 밸리와 판공초 일정도 하루를 줄여 3박 4일로 바꿔야 했다. 초모리리를 비롯해 라다크의 다른 곳도 다녀오려고 했지만 라다크에서 남은 시간은 촉박했다.
인도 여행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계획했던 길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하면서, 결국 그때의 상황에 맞는 여행이 새로 만들어진다. 먼저 숙소를 옮기고 여행사에 들러 퍼밋 발급을 맡겼다. 다음 날 출발하는 누브라 밸리와 판공초 투어도 예약했다.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그제야 스쿠터를 타고 아내가 가보고 싶어 하던 매그네틱 힐까지 다녀왔다. 숙소를 옮기고, 퍼밋을 신청하고, 항공권을 사고, 투어를 예약하고, 스쿠터를 몰았다. 여행이라기보다 하루 종일 군사작전을 펼친 기분이었다. 숙소로 돌아왔을 때는 어느새 해가 기울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하기 위해 짐을 다시 꾸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드디어 누브라 밸리로 향했다. 이번에도 다른 여행자들과 차량을 나눠 타지 않고 둘만을 위한 차 한 대를 빌렸다. 앞으로 나흘 동안 우리와 함께할 운전기사의 이름은 타시(Tashi)였다. 레를 빠져나와 카르둥라 방향으로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7년이라는 시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곳은 전망대였다. 예전에는 카르둥라로 올라가는 길에 차를 잠깐 세워 레 시내를 내려다보던 곳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보다 아래쪽에 새로운 ‘퍼스트 뷰 포인트’가 생겨 있었고, 예전에 이용하던 전망대에는 ‘I ♥ Ladakh’라고 적힌 커다란 포토존과 푸드트럭까지 들어서 있었다. 관광객들은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은 뒤 푸드트럭에서 짜이와 계란 오믈렛을 주문했다. 따뜻한 짜이를 손에 들고 눈 덮인 산과 그 아래 펼쳐진 레 시내를 바라보았다. 7년 전에는 아무것도 없던 곳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훨씬 편리해진 여행지였지만, 내게는 기억 속 풍경 하나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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