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인도: 디우(1)
인도를 여러 차례 여행했지만, ‘디우(Diu)’라는 이름은 한동안 내게도 낯선 지명이었다. 고아(Goa)처럼 한때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곳, 그리고 아직도 느릿한 시에스타의 시간이 살아 있는 작은 해안 도시. 내가 처음 그곳을 찾은 것은 2015년, 세 번째 인도 여행 중이었다. 지도 위를 무심히 넘기다 우연히 발견한 바닷가 도시였는데, 정작 나를 붙잡은 것은 풍경보다 음식이었다. 그곳에는 내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인도의 맛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랍스터를 비롯한 해산물이었다.
디우는 오랫동안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랍스터가 싸다!”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그 소문을 따라 여행자들이 하나둘 이곳에 닿았다. 물론 디우의 매력을 랍스터 하나로 다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이 이 도시를 가장 맛있게 이야기하는 방식인 것은 분명하다.
우다이푸르에서 디우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보통 구자라트의 암다바드(Ahmedabad)를 경유해야 하는데, 말이 좋아 환승이지 실제로는 꽤 번거로운 이동이다. 우다이푸르에서 버스를 타고 암다바드에 도착한 뒤, 다시 디우행 버스를 타는 곳까지 따로 이동해야 했다. 버스 터미널에 내려 곧바로 다음 버스로 갈아타는 식이 아니라, 락쉬미 바자르 근처에서 내려 다시 팔디(Paldi) 쪽 버스 스탠드로 옮겨가 표를 끊고 또 밤버스를 타야 했다. 보통 저녁 아홉 시에서 열 시 사이에 출발한 버스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디우에 닿았다.
그렇게 긴 이동 끝에 도착한 디우에서 내가 처음 묵었던 곳은 닐레쉬 게스트하우스였다. 2015년 당시 하루 숙박비가 더블룸 기준 300루피.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조금씩 알려져 있던 곳이었다. 가격이 저렴했고, 옥상에 앉아 쉬기 좋았다. 지금 생각하면 믿기 어려울 만큼 소박한 가격이지만, 그보다 더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감각이다. 디우는 해산물이 쌌고, 주세가 거의 없어 술값도 저렴했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매일 옥상 테라스에 앉아 랍스터를 안주 삼아 킹피셔 맥주를 마셨다. 그것은 값비싼 호텔에서 누리는 호사와는 다른 종류의 풍요였다. 덜 화려했고, 그래서 더 오래 남았다.
물론 닐레쉬가 완벽한 곳은 아니었다. 가장 큰 단점은 샤워 물이 짰다는 점이었다. 바닷물이 섞인 물로 몸을 씻는 일은 하루 이틀쯤은 이국적인 경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그 짠 기운은 낭만보다 피로에 가까워진다. 게다가 2016년에 다시 찾았을 때는 방값도 400루피로 올랐고, 쿠킹 차지도 더 비싸졌는데 서비스는 오히려 예전만 못했다. 결국 나는 닐레쉬에 며칠 머문 뒤, 바로 근처의 드림비전 게스트하우스로 숙소를 옮겼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뤄두고, 먼저 디우의 해산물에 대해 말해야 한다. 디우의 가장 큰 즐거움은 단연 어시장 투어였다. 작은 섬답게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 안에는 여행자를 설레게 하는 어시장이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은 단연 바낙바라(Vanakbara) 항구였다. 배에서 막 잡아 올린 랍스터와 새우, 문어와 게가 부두에 쏟아지듯 펼쳐지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침이었다. 비린내와 파도 냄새, 사람들의 목소리와 바구니가 부딪히는 소리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아침 일곱 시 무렵 도착하면 가장 좋았다. 2015년 기준으로 천 루피면 랍스터 세 마리와 큰 새우 몇 마리, 게까지 살 수 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40분 가까이 달려야 했지만, 그 정도 수고는 오히려 식사를 더 맛있게 만드는 전채처럼 느껴졌다.
디우 버스터미널 맞은편 수산시장은 조금 더 생활에 가까운 곳이었다. 바낙바라에서 올라온 해산물이 다시 진열되는 소매시장이라 바낙바라보다는 가격이 조금 더 붙었지만, 접근성이 훨씬 좋았다. 오전 열 시쯤 가면 가장 좋았고, 열한 시가 지나면 문이 하나둘 닫히기 시작했다. 늦잠을 잤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멀리 바낙바라까지 나가는 것이 귀찮을 때면 종종 찾곤 했다.
마지막으로 저녁에 열리는 고그흘라(Ghoghla) 수산시장도 좋았다. 디우 다리를 건너 경찰서 옆 골목, 해가 기울 무렵 문을 여는 그곳에서는 문어와 오징어, 작은 랍스터, 상어고기까지 만날 수 있었다. 아침 시장을 놓친 날이면 그곳이 훌륭한 대안이 되었다. 큰 도시의 거대한 시장보다, 이런 작고 늦게 열리는 시장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분명하다. 여행은 늘 중심보다 가장자리에서 더 오래 머무르게 되기 때문이다.
해산물을 사 온 뒤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숙소나 식당에 약간의 쿠킹 차지를 내고 요리를 부탁하거나, 직접 구워 먹는 것. 보통은 쿠킹 차지를 내고 요리를 부탁했지만, 가끔은 숙소에서 숯불을 피워놓고 직접 구워 먹기도 했다. 식당 음식이 물론 더 맛있었지만, 그 경우엔 맥주를 마음 놓고 마실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오토바이를 몰고 다시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좋은 방식은 숙소에서 해산물을 구워 먹으며 술을 곁들이는 것이었다.
팔뚝만 한 새우와 랍스터, 각종 해산물을 안주 삼아 차가운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면 이상하게도 온갖 근심과 걱정이 사라졌다. 바로 그 맛 때문에, 나는 인도를 갈 때마다 디우를 다시 찾게 되었다. 인도의 어느 식당에서도 쉽게 얻을 수 없는 식사가 그곳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완성되었다. 여행의 행복은 대개 생각보다 소박하고, 그래서 오히려 사치스럽다.
디우가 특별했던 또 다른 이유는 술값이었다. 디우는 연방 직할구역이라 주류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저렴했다. 더운 오후에는 숙소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바카라을 읽거나 낮잠을 자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디우식 호사였다.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보내는 시간이 사치가 되는 방식의 호사.
그때까지만 해도 내게 디우는 ‘해산물의 천국’ 같은 도시였다. 해산물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느리게 낮잠을 자는 곳. 다시 말해, 아주 맛있는 우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