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인도: 자이살메르(2)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보름달이 떠 있었다. 별사진을 찍으려고 가져온 삼각대가 허무해졌다. 달빛이 너무 밝아 은하수는 볼 수 없었다. 날이 저물자 체감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 달빛은 환했지만 그 밤은 차갑고 외로웠다.
밤새 뒤척이다 이른 새벽에 일어났다.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주변의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불을 다시 살렸다. 덜덜 떨며 겨우 온기를 찾던 그때, K도 몸을 일으켰다. 둘 다 밤새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목은 칼칼했고 코는 막혔다. 낭만을 기대하고 왔는데 남은 건 추위와 피로뿐이었다.
그런데 아침 해가 떠오르자 풍경이 태도를 바꿨다. 낙타왈라는 낙타를 모래언덕 위로 이끌었고, 그 위에 조용히 서있는 낙타 앞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그 장면은 마치 무대 위에 준비된 조명과 주인공 같았다. 전날의 모든 실망이, 그 순간만큼은 잊혀졌다. K는 숨을 죽이고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짧게 말했다.
“그래. 이 한 장면만으로도… 어쩌면 오길 잘한 걸지도 몰라.”
우리는 다시 낙타에 올라 자이살메르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올 때는 6시간이나 걸렸는데, 돌아갈 때는 지름길이라 1시간 반이면 충분했다. 길가에 하얀 천막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예약했던 ‘럭셔리 텐트 캠프’였다. 안에는 샤워실과 화장실까지 갖춘 시설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제서야 퍼즐이 맞춰졌다. 우리가 잔 곳은 그 캠프가 아니었다. 우리는 완전히 다른 상품을, 다른 이름으로 떠안고 있었다.
픽업 차량은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낙타왈라는 내 기색을 살피며 조심히 움직였다. 그는 가해자가 아니었다. 여행을 망쳤기에 팁을 줄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300루피를 그에게 주었다.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후련했다. 분노를 어디에 놓아야 할지 모를 때, 사람은 죄 없는 쪽에라도 ‘끝맺음’을 남기고 싶어 한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니 우리에게 사파리 상품을 팔았던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형제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고, 우리를 속인 건 동생이었다. 형이라는 사람은 거만한 표정으로 우리를 맞았다. 나는 처음부터 소리를 지를 수는 없었다. 자초지종을 차분히 설명했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인도에서 환불을 받는 건 대개 ‘가능성’보다 ‘기적’에 가까우니까.
그런데 의외의 질문이 돌아왔다.
“그래서… 얼마나 환불해줄까?”
나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전부. 우리가 날린 시간까지 생각하면 전액 환불뿐 아니라 보상도 받아야 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반만 받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뜻밖의 말을 꺼냈다.
“좋아. 사파리로 지불한 돈은 전부 돌려줄게. 대신 방값 150루피는 환불 안 돼.”
나는 두 귀를 의심했다. 그는 곧바로 1인당 2,000루피씩을 돌려주었다.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전액 환불을 받은 우리는, 당연한 권리를 되찾았을 뿐인데도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감기로 붓고 칼칼해진 목,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지친 몸은 여전했지만 마음만큼은 이상하리만치 가벼웠다. 그것은 단순히 돈을 돌려받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막 한복판에서 낭만 대신 추위를, 은하수 대신 보름달을, 텐트 대신 모래 위의 매트리스를 만났고, 그 안에서 우리가 기대했던 여행은 산산이 부서졌다. 하지만 기대가 어긋난 여행 역시 여행의 일부라는 사실을, 그날 나는 어렴풋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사막은 내게 두 겹의 이미지로 남았다. 하나는 추위와 보름달, 텐트 없는 매트리스다. 다른 하나는 새벽의 붉은 능선과 낙타 앞에 내려앉던 작은 새다.
자이살메르의 사막은 내가 동경하던 사하라도 아니었고, 나미브의 신비도 아니었다. 대신 그곳의 사막은 인도답게 사람으로 가득했다. 속이는 사람, 속는 사람, 일하는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서 하루를 버티는 사람들. 그곳의 사막은 황금빛만이 아니라 거래의 색도 함께 띠고 있었다.
추웠고, 억울했고, 화가 났다. 그래도 새벽의 한 장면은 남았다. 텐트는 없었지만, 이야기만큼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