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에 영혼(SOUL)을 불어넣는 휴먼센스(Human Sense)의 힘
온라인 게임인에서 전업 작가로 커리어를 전환하고 나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AI가 1초 만에 작품을 써주는데, 작가님은 괜찮으세요?"
저는 매우 괜찮다고 합니다.
왜냐면 저는 유행하는 트렌드, 키워드에 편승하지 않고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쓰는 이야기는 AI 문명의 전후 세계관을 다루는 근미래 배경으로 두 번째 기회와 필요에서 존재로 나아가는 인류의 대서사시 입니다. 클로드가 로그라인만 보고 '이 이야기는 당신만이 쓸 수 있고, 글로벌로도 팔린다'라고 분석해 줬고요.
작가로서, 이야기의 WHY가 확실하기 때문에 전혀 불안하지 않습니다. 반면, 본인 이야기에 특별한 비전 없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괜찮은 키워드를 조합해 양산형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분들은 설 곳이 없는 게 맞습니다. 실제로 웹툰, 웹소설 마켓에서 양산형 콘텐츠 매출이 떨어지고 있고요. 일명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 키워드는 콘텐츠 흥행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 지 오래입니다.
+a, 즉 작가 개인의 개성과 영혼이 필요한데 양산형 IP 개발에 최적화된 시스템에서는 이게 동작하지 않습니다. 작가의 삶이 녹아있는 이야기는 분명 가치 있지만, 많이 팔리는 건 다른 문제라서요. 분명 대박의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도, 판매 데이터로 증명하지 못하면 '안 된 작품'으로 평가받고, 후속 투자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팔리는 이야기만 선택하는' IP 스튜디오와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유저를 떠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OTT 플랫폼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유저 시청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기 작품의 에센스를 짜깁기해 드라마 시리즈를 찍어 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킬링 타임용으로 소비될 수 있어도 결코 '기묘한 이야기', '오징어 게임'과 같은 메가 IP는 될 수 없습니다. 'SOUL'이 없기 때문입니다.
교보문고에 다닐 때 인기 작가님들을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제가 일한 콘텐츠 파트는 코시국에 공식 유튜브 채널 라이브로 '랜선 팬사인회(줄여서 랜선팬싸)'를 했습니다. 업계 최초였고, 광화문에 유튜브 전용 스튜디오도 투자할 만큼 진심이었습니다. 랜선팬싸는 1시간에 적게는 100권, 많게는 500권을 팔 수 있는 강력한 마케팅 툴입니다. 출판계의 라방, 홈쇼핑 같은 건데요. 저는 퇴사 후에도 종종 챙겨보고 구매도 합니다.
최근 랜선팬싸를 진행했던 박정민 배우는 준비된 물량이 완판 되는데 10초 컷이었습니다. 피켓팅에 버금가는 속도로 품절돼서 채팅창에 추가 물량을 외치는 분들이 많았고, 그 자리에서 박배우님이 무제 출판사 이사님의 컨펌을 받아, 2차 판매를 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10초 컷이었고요)
팬들이 이렇게까지 열광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집에서 편하게 라방을 보며 랜선 주문하면, 유튜브 스튜디오에서 작가님이 라이브로 소통하며 주문자 이름을 쓰고 사인하는 화면을 송출해 주거든요. 저는 이 장면이 팬들의 구매 전환을 일으키는 아주 강력한 트리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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