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가 남긴 질문
언젠가 길을 걷다가 두 남녀가 언쟁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무슨 일로 다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쪽에서 "품위 없게, 왜 그래?"라고 상대를 나무라는 듯한 말이 들려왔다. 감정이 격해진 극한 상황에서 그들은 품위를 말하고 있었다. 문득 잊고 지냈던 '품위'라는 말이 떠올랐다. 도대체 '품위'가 뭐길래?
그 말을 들으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품위는 남에게 요구하기는 쉽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 들이대기는 어려운 기준이 아닐까. 상대를 향해 "품위 있게 굴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나의 말과 태도는 과연 품위가 있는가. 그날 이후 품위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먼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품위 있는 사람인가? 존재를 위협받는 극한 상황에서도 그 품위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떠오르는 바카라이 있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장편소설 『연을 쫓는 아이』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출신으로,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한 뒤 의사로 활동하면서 소설을 쓴 작가다. 그의 첫 장편소설 『연을 쫓는 아이』에는 ‘품위’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쟁을 피해 트럭을 타고 피란길에 오른 사람들이 검문소에 도착한다. 젊은 러시아 병사가 트럭 안을 훑어보다가 한 젊은 기혼 여성을 발견한다. 그는 그들을 통과시켜 주는 대가로 그 여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모두가 두려움에 얼어붙은 순간, 여자와 아무 상관도 없는 한 남자가 나선다. 주인공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다.
그는 병사에게 창피한 줄 모르느냐고 묻는다. 병사는 전쟁에는 창피고 뭐고 없다고 답한다. 그때 바바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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