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고독을 지우지 못하고

by서영수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외로움과 고독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 둘의 차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름을 달리 붙일 수는 있어도, 둘 다 결국 자기 자신을 견디며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고독하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가족과 함께 산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이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랑은 인간의 고독을 덜어주기보다, 그 고독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읽은 바카라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스푸트니크의 연인》이었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스물두 살의 봄, 스미레는 난생처음 사랑에 빠졌다. 광활한 평원을 가로지르며 돌진하는 회오리바람처럼 격렬한 사랑이었다."



이 소설은 사랑 이야기다. 다만 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고, 사랑이 이루어지거나 실패하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를 향해 다가가지만 끝내 같은 자리에 도착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말하자면 사랑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고독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화자인 ‘나’는 스미레를 사랑하지만, 스미레는 그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스미레는 열일곱 살 연상의 여인 뮤를 사랑하지만, 뮤 역시 스미레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한 사람의 마음은 다른 사람을 향하고, 그 마음은 다시 또 다른 사람을 향하지만, 끝내 어느 마음도 제자리에 닿지 않는다. 이 사랑이 쓸쓸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물론 뮤가 단지 스미레가 싫어서 외면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과거의 어떤 사건 이후 자기 자신의 절반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을 뿐이다. 스미레는 뮤를 사랑하면서 자기 안의 낯선 욕망을 발견하지만, 그 사랑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뮤와 떠난 여행에서 스미레는 결국 사라진다. 소설은 스미레가 죽었다고도, 살아 있다고도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가 사랑과 고독의 끝에서 이 세계로부터 사라진 사람처럼 남았다는 사실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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