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방영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답답한 현실을 견디며 살아간다. 특별히 불행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관계에 지치고,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진심을 감춘 채 버텨낸다.
그중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 구 씨(배우 손석구)가 밤마다 마당 테이블에 앉아 소주를 마시면서 밤 풍경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한마디로 멍 때리기. 그가 무엇을 봤는지 잘 모르겠다. 초점 없는 시선, 먼 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지만, 어쩌면 그는 그동안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스스로 돌아보고 또 돌아봤을지 모른다. 그 장면이 이상하게도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 옛날 중국 당나라의 시인 이백(李白)은 술을 너무 좋아해서 술잔에 어린 달을 보면서 시를 짓기도 했다. 술과 낭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니, 나같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시를 쓰기는 글렀다. 아무튼 그 장면을 보면서 그래, 차라리 저게 낫겠다 싶었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가 마음에 동하면 시 한 편 쓰는 것. 어떻게 그렇게 사느냐고 하겠지만, 쓸데없는 말과 행동으로 상대에게 부담을 줄 바에는 그게 낫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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