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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by서영수

고민은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없어 고민인 것이다. 그렇다고 답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할 수는 없다. 답을 주지 못하더라도 그저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마음이 조금은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내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의 자리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


전에는 문제가 생기면 답부터 찾으려 했다. 상대가 바란 것은 문제에 대한 답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사람이었는데. 자기 편에서 한번쯤 마음을 헤아려주길 바란 것이었는데.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온 습관 때문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아니, 몇 마디만 써 보내도 그쪽은 느낌이 크게 다를 거야. 내 얘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어떤 고민은 해결바카라보다 먼저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반드시 좋은 답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끝까지 들어주는 것 자체가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다.


누군가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세상은 언제나 논리정연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더 그렇다. 때로는 앞뒤가 맞지 않고 감정에 치우친 하소연도 있을 수 있다. 그 이야기를 바로 판단하거나 바로잡으려 하기보다 일단 들어주는 것, 어쩌면 소통과 공감은 거기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내 기준과 잣대로 상대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잠시 그것을 내려놓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일.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다.



어제는 대화가 잘되지 않는 사람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탓인지, 아니면 서로 살아온 시간이 달라진 탓인지 대화가 자꾸 어긋났다.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말하면 다른 사람의 경험과 생각은 들어갈 자리가 좁아진다. 함께 있는 동안 몇 번이나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상대도 나를 똑같이 답답하게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상대가 자신의 생각에 갇혀 있다고 여겼지만, 어쩌면 나 역시 내 생각 안에서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조금 더 듣고, 조금 늦게 말해보자고 생각했다.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뒤 그 사람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헤아려보아도 늦지 않다.


사람과의 관계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시작은 어쩌면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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