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억은 뒤늦게 떠올라 삶의 진실에 대해, 무엇보다 잃어버렸던 나 자신을 마주하게 만듭니다. 과거의 기억을 살려내 현재에서 그 기억을 돌아보는 어느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권여선 작가의 <기억의 왈츠>가 그 소설입니다.
주인공이 대학원에 다닐 때 만났던 남자(경서). 그는 주인공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그녀는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별 관심이 없어서인지 때를 놓치고 맙니다. 그가 보낸 편지는 다른 짐들과 섞여 개봉되지 않은 채 세월 속에 묻혀버렸습니다. 지금 와서 읽어본들 늦은 일입니다. 이젠 그와 함께 했던 기억마저도 희미해졌습니다.
"나는 오래전에 지나가버린 청춘의 한 시절을 자꾸 되돌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무려 삼십 년도 넘은, 거의 사십여 년이 되어가는 머나먼 과거의 일들이다. 반복해서 돌이키다 보니 처음에는 안개가 덮인 듯 아득했던 기억이 조금 또렷해지는 듯했고 점점이 끊겼던 사건의 순서가 느슨하게 연결되기도 했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어떤 계기가 없는 한, 지난 시절의 일을 일부러 떠올리진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과거를 기억한들 달라질 게 없어서일까요? 아니면 지난 시절의 나는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어리석은 짓만 했기 때문일까요?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은 곧 자신을 돌아본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괴로운 일입니다. 안 좋았던 기억과 후회스러웠던 일들이 주로 기억에 남았기 때문입니다. 한없이 부족했고, 어리석었던 그 시절의 나, 어쩌겠습니까? 그렇다고 타인처럼,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바라볼 수만은 없는 것을요.
"그러나 과거를 반추하면 할수록 내게 가장 놀라웠던 건 그 시절의 내가 도무지 내가 아닌 듯 무섭고 가엾고 낯설게 여겨진다는 사실이었다. 오래전 기억 속의 자신은 원래 그렇게 생각되는 법인지 모른다. 내가 손쓸 수 없는 까마득한 시공에서 기이할 정도로 새파랗게 젊은 내가 지금의 나로서는 결코 원한 적 없는 방식으로, 원하기는커녕 가장 두려워해 마지않는 방식으로 살았다는 사실이, 내게는 부인할 수도 없지만 믿을 수도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이런 게 놀랍지 않다면 무엇이 놀라울까. 시간이 내 삶에서 나를 이토록 타인처럼, 무력한 관객처럼 만든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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