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무렵이었습니다. 하던 일을 정리하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펼쳤습니다. 머리가 복잡할 때 시집처럼 종종 읽는 바카라입니다. 어디를 읽어도 마음이 아려오는 문장들이 잠시 시름을 잊게 해 줍니다.
시마무라가 기차를 타고 눈의 고장으로 가는 그 유명한 첫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요코를 만나는 장면입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건너편 자리에서 처녀가 다가와 시마무라 앞의 유리창을 열어젖혔다."
그는 설국의 풍경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있다가 신호소에 멈춰 선 기차 유리창을 통해 요코가 역장에게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됩니다. 요코는 역장이 있는 역에서 일하게 된 동생을 잘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
"역장님, 동생을 잘 돌봐 주세요. 부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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