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나보코프/승객
며칠 비가 오더니, 모처럼 해가 나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햇살은 따뜻했지만 바람은 아직 서늘했습니다. 이미 활짝 핀 벚꽃 주변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서 있었습니다. 비바람을 몇 차례 겪은 탓인지, 벚꽃은 이미 흩날리며 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겨울, 봄이 오면 이 봄을 오래 누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둘씩 떨어지는 꽃잎을 보면서, 아, 이렇게 봄이 가는구나 싶었습니다. 봄이 아득히 사라져 가는데, 도저히 붙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 제가 붙잡는다고 가지 않을 봄이겠습니까. 무심하게 살려고 했는데, 꽃이 지니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주기적인 계절의 순환에 따라 내년에도 봄이 오겠지만, 제가 그 봄을 다시 맞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설령 다시 맞이한다고 해도, 그 봄이 지금 제게 다가온 '이 봄'일 수는 없습니다. 지금 벚꽃이 지듯, 이 순간이 지나면 '이 봄' 역시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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