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이라던 직원이 최고의 파트너를 만나 달라진 이유
“A님은 아마 손이 많이 갈 거예요.”
A님이 우리 팀으로 이동하기 전, 상위 조온라인 게임이 말했다.
이전 팀장도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그래도 OO님이 맡으면 좀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A님을 따라온 평가는 비슷했다.
소극적이다. 소통이 부족하다. 속도가 느리다.
그런데 1년 뒤, A님은 부문 전체 앞에서 그해 가장 좋은 실적을 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었다.
발표가 끝난 뒤 이전 팀장이 내게 말했다.
“제가 가장 잘못 판단한 사람이 A님인 것 같네요.”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불과 1년 사이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때부터 한 가지 질문이 오래 남았다.
사람의 능력은 정말 그 사람 혼자만의 것일까.
A님을 직접 만나보니 이전 평가가 아주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목소리는 작았고 신중했다.
말하기 전에 상대의 반응을 많이 살폈고,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쉽게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전 팀장은 빠른 실행과 눈에 보이는 성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먼저 방향을 정하고, 일을 빠르게 밀어붙이는 사람을 높게 평가했다.
그 기준에서 보면 A님의 신중함은 느림으로,
배려는 소극성으로,
충분히 생각한 뒤 움직이는 태도는 주도성 부족으로 보였을 수 있다.
반면 내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조금 달랐다.
지금 당장 얼마나 능숙한지보다,
피드백을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는지,
한 번 겪은 문제에서 얼마나 배우는지,
그리고 결국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고 완수하는지를 많이 봤다.
A님은 그 부분에서 꽤 강했다.
한 번 이야기한 피드백은 다음 결과물에 반영했고,
모르는 것은 끝까지 파고들었고,
맡은 일은 쉽게 놓지 않았다.
지금 잘하는 사람보다, 계속 더 잘해지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장기적으로 조직에 더 큰 힘이 된다고 생각했다.
누가 A님을 더 정확하게 본 것일까.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조금 다른 질문인 것 같다.
이전 팀장과 A님은 잘 맞지 않았고,
나와 A님은 비교적 잘 맞았다.
그 차이가 같은 사람의 전혀 다른 모습을 끌어냈다.
얼마 뒤 중요한 프로젝트가 생겼다.
나는 A님에게 연차가 높은 B님을 붙였다.
처음에는 경험 많은 사람이 함께하면 A님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B님은 자기주장이 강했고 확신 있게 말하는 스타일이었다.
회의에서 의견이 갈리면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밀어붙였다.
반면 A님은 신중했고 상대를 많이 배려했다.
자신보다 연차도 높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사람 앞에서 굳이 반기를 들지 않았다.
회의가 거듭될수록 A님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A님이 다시 소극적으로 변한 걸까.
아니면 이 조합에서 소극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사람이 성장하면 어디에서나 같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자기 목소리를 낼 때마다 더 강한 사람이 먼저 결론을 내려버리면,
아무리 성장한 사람도 점점 말할 이유를 잃는다.
그래서 과감하게 B님을 프로젝트에서 빼고,
A님이 직접 프로젝트를 이끌게 했다.
솔직히 불안했다.
A님에게는 처음 해보는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유관부서 담당자와 A님의 호흡이 놀라울 만큼 좋았다.
두 사람은 기본적인 결부터 비슷했다.
상대의 말을 잘 들었고,
자기 의견을 강요하기보다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하려 했다.
그런데 가진 강점은 달랐다.
유관부서 담당자는 이전 온라인 게임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이 있었다.
A님에게 부족했던 경험을 자연스럽게 채워줬다.
반대로 A님에게는 꼼꼼함과 끈기,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집요함이 있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끌고 가는 관계가 아니었다.
서로 없는 것을 상대가 채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의 강점을 인정했다.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두 사람은 똑같이 말했다.
“저 사람이 아니었으면 못 했을 거예요.”
결과적으로 그 프로젝트는 그해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알게 됐다.
최고의 성과는 반드시 최고의 개인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었다.
때로는 최고의 궁합에서 나온다.
A님은 같은 사람이었다.
이전 팀장 아래에서는 느리고 소극적인 사람으로 보였다.
나와 일할 때는 빠르게 배우고 끝까지 해결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B님과 함께할 때는 다시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러다 잘 맞는 파트너를 만나자 최고의 협업자가 됐다.
그때부터 사람을 볼 때 질문이 하나 늘었다.
‘이 사람이 잘하느냐’만이 아니라
‘이 사람은 누구와 있을 때 가장 잘하느냐.’
회사에서는 사람을 개인 단위로 평가한다.
적극적이다.
소극적이다.
주도성이 있다.
소통이 부족하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일하지 않는다.
누구의 밑에서 일하는지,
누구와 한 팀이 되는지,
누구와 부딪히고 누구에게서 도움을 받는지에 따라
같은 능력도 전혀 다르게 드러난다.
그래서 리더의 일도 좋은 사람을 뽑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누가 누구와 있을 때 작아지는지,
누가 누구를 만나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지,
그 조합을 찾아내는 것 역시 리더의 몫이다.
돌이켜보면 A님에게만 좋은 일이었던 것도 아니다.
A님은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리더를 만났고,
나는 묵묵하게 배우고 끝까지 해내는 팀원을 얻었다.
우리 역시 궁합이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를 두고
“저 사람은 원래 그래.”
라고 말하는 일을 경계한다.
그 사람이 정말 그런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아직,
자신을 가장 잘 살려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