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것과 잘 보여주는 것, 무엇이 더 중요할까
얼마 전, 예전에 함께 일했던 인턴의 SNS 게시물을 봤다.
그 친구는 이제 회사생활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었다.
댓글에는 응원이 이어졌다.
그런데 나는 잠깐 멈칫했다.
내가 함께 일할 당시에는 아직 배울 게 많던 친구였기 때문이다.
'아직 배우는 중인데, 벌써 가르쳐도 되는 걸까.'
물론 그사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도 마음이 조금 복잡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지금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13년 동안 회사에서 겪은 일을 정리해 SNS에 올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과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내 계정을 보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13년 차면 아직 경험이 부족한 거 아닌가?'
20년 차가 보면 나 역시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일 테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걸까.
충분히 잘하게 된 다음에야 가능한 걸까.
아니면 배우는 중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걸까.
요즘 SNS를 보다 보면 세대와 직업을 불문하고 자신의 경험과 성취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길이 가는 건 20대 초중반의 젊은 친구들이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의 직업을 선택한 이유.
인턴을 거쳐 대기업에 취업한 비결.
퇴근 후 부업을 시작한 이야기.
새벽 5시 기상을 3년 동안 이어온 기록.
1년에 바카라 100권을 읽고 달라진 점.
자신의 생각과 일상, 성취를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생각해보면 10년 전 나도 그들 못지않게 하루를 빡빡하게 살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그 과정을 SNS에 드러내거나 자랑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때는 열심히 사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는 일이 어쩐지 민망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흥미로운 건 이런 게시물에 달리는 댓글이다.
“너무 멋있다.”
“자극된다. 나도 해봐야겠다.”
“나도 지금 이 단계인데, 다음에는 어떻게 했어요?”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경험을 묻고,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올린다.
내게는 조금 낯선 풍경이다.
내가 20대 초중반이었을 때는 인생의 답을 찾으려고 바카라을 읽거나, 멘토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곤 했다.
이미 슬롯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지금은 굳이 멀리 있는 멘토를 찾지 않아도 된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다가 바로 한 단계 앞서간 사람을 SNS에서 만날 수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얼마 전 취업한 사람에게 묻고,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은 먼저 이직한 사람의 경험을 찾아본다.
대단한 성공을 이룬 사람보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 더 쉽게 마음이 움직이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SNS는 꽤 좋은 배움의 공간이다.
누군가의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 바로 도움이 되고,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내가 그 인턴의 게시물을 보고 멈칫했던 이유를 다시 생각해봤다.
그 친구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내가 함께 일했던 짧은 시간 이후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 친구의 경험이 실제로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마음 한편이 불편했던 건, 내가 익숙한 방식과 달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일을 잘하게 된 다음에야 그 경험을 이야기할 자격이 생긴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반면 지금은 배우는 과정 자체를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방식도 자연스러워졌다.
실력을 쌓은 뒤 나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알리면서 실력을 쌓아가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지금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13년 동안 회사에서 겪은 일을 정리해 콘텐츠로 만들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과 이야기한다.
그런데 막상 계정을 운영해보니, 일을 잘하는 것과 그 일을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하는 것은 또 다른 능력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아무리 좋은 경험을 했어도 그것을 설명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다.
반대로 설명을 잘한다고 해서 실제로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잘하는 것과 잘 보여주는 것은 서로 다른 능력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회사 안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것이 중요했다.
상사가 내 일을 알아주고, 좋은 평가를 받고, 더 큰 일을 맡고, 승진하는 것.
그렇게 쌓인 경력이 나를 설명해줬다.
지금은 회사 밖에서도 나를 설명할 수 있다.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보여줄 수 있다.
회사에서 아직 높은 직함을 얻지 못했어도, 자기 이름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이건 분명 좋은 변화다.
회사 안에서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 주기만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질문도 생긴다.
보여주는 일이 중요해질수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력을 쌓는 시간은 어떻게 될까.
일을 배우는 데에는 남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시간도 많다.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실수하고, 지적받고, 다시 해보는 시간.
아직은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시간.
그런데 SNS에서는 그 과정마저 그럴듯하게 정리해 보여줄 수 있다.
배우는 중인 사람도 이미 무언가를 이룬 사람처럼 보일 수 있고, 반대로 묵묵히 실력을 쌓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자기 PR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 역시 지금 내 경험을 세상에 보여주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다만 가끔은 궁금하다.
우리는 이제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려는 걸까, 잘하는 사람으로 보이려는 걸까.
그리고 그 둘을 함께 해내야 하는 시대라면, 앞으로 일 잘하는 사람의 기준은 어떻게 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