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쓴 실장의 딜레마

육아휴직은 권리인데, 왜 모두가 불편할까

byyour philosophy

요즘 육아휴직을 둘러싼 논쟁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사업주들은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한 사람이 빠지면 남은 직원들에게 일이 몰린다고 호소한다.


반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온라인 게임인들은 말한다.

“법으로 보장된 당연한 권리인데,

왜 눈치를 봐야 하나요?”


양쪽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 한쪽의 편을 쉽게 들 수 없다.


회사생활 13년 차. 수십 명의 조직을 이끌며

성과를 바카라임지는 실장이 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조직을 운영할 때는 누군가 자리를 비웠을 때

남은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일을 걱정했다.

그런데 내가 그 자리를 비운 사람이 됐다.


그러니까 나는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의 마음도,

그 빈자리를 바카라임져야 하는 사람의 마음도 안다.



한 사람이 빠져도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조직을 운영해 본 사람이라면 안다.

한 사람이 빠진다고

그 사람이 맡았던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매출 목표도 그대로고,

사업 일정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누군가는 일을 넘겨받아야 하고,

남은 사람들이 역할을 나눠야 한다.


대체인력을 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업무를 익히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짧은 기간만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직무도 많다.

특히 작은 기업이라면 한 사람의 공백이 조직 전체의 부담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실장으로 일하면서 늘 사람과 일을 고민했다.

한정된 인력으로 어떻게 성과를 낼 것인가.

누군가에게 일이 지나치게 몰리지 않도록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그래서 사업주들이 느끼는 부담을

단순히 이기적인 불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육아휴직이 당연한 권리라는 사실과, 그로 인한 업무 공백이 현실적인 문제라는 사실은 동시에 참이다.



그렇다고 아이를 낳지 말라는 건가


반대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도 안다.

나 역시 아이를 낳은 뒤에야 일을 멈췄다.

출산은 몸에도 큰 변화를 남겼고, 아이를 돌보는 일은 이전의 삶과 전혀 다른 바카라임을 요구했다.


그런데 조직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출산을 미뤄야 한다면?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이유로

육아휴직을 포기해야 한다면?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자신의 권리를 사용하는 데 더 큰 죄바카라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육아휴직은 회사가 베푸는 호의가 아니라

법으로 보장된 권리다.


더 마음에 걸리는 건 그다음이다.

일부 사업주들은 이런 부담 때문에 출산 가능성이 있는 여성의 채용을 꺼리게 된다고 말한다.


한 여성에게 보장된 권리가

다른 여성에게는 불리한 조건으로 돌아오는 모순.

그렇다고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에게 권리를

조금만 행사하라고 할 수도 없다.


결국 문제는 권리 자체보다 그 권리를 행사할 때 발생하는 부담을 어떻게 감당하느냐에 있다.



육아휴직을 더 늘리는 것만이 답일까


우리는 육아휴직을 더 오래,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

물론 중요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법정 육아휴직 기간만 놓고 보면 이미 국제적으로 상당히 긴 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누구나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런데 제도를 더 확대하는 것만으로

이 갈등이 해결될까.

육아휴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모가 아이와 함께할 시간은 늘어난다.

반면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업무 공백도 길어질 수 있다.


기업이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한다면 부담을 분산할 수는 있겠지만, 기업 전체가 감당해야 할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도 결국 어딘가에서는 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꿔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우리는 아이를 낳으면 부모 중 누군가는 오랫동안 일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할까.

육아휴직을 더 보장하는 것만큼, 육아휴직을 길게 쓰지 않고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



아이는 꼭 엄마 아빠가 온종일 봐야 할까


육아휴직 중에도 육아를 모두 직접 맡지는 않았다.

필요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그 시간에는 나의 일을 했다.

처음부터 계획한 일이었다.


누군가는 육아휴직까지 했는데 왜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이를 직접 돌보는 시간의 길이만으로 부모의 역할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소중하다.

특히 어린아이에게 안정적이고 세심한 돌봄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안다.


하지만 좋은 돌봄이 반드시 부모의 손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믿을 수 있는 돌봄 전문가가 있고,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고, 퇴근 후에는 가족이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육아의 방식 아닐까.


문제는 현실에서 이런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돌봄서비스를 구하는 것도 어렵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아이를 맡기는 것에 죄바카라감을 느끼는 부모도 많다.


나 역시 경제적으로 미리 준비했기에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런 준비가 없었다면 시간을 확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부모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질 좋은 돌봄서비스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부모에게 조금 덜 엄격한 슬롯였으면 좋겠다.

직접 돌보고 싶은 부모의 선택도, 도움을 받으며 일하고 싶은 부모의 선택도 존중받을 수 있도록.



회사에 다니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까


돌봄만 잘 갖춰진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출퇴근 시간부터 달라진다.

아이가 아플 수도 있고, 갑자기 돌봄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데 회사는 여전히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정해진 시간까지 일하기를 요구한다.

회사에 따라서는 그 시간에 자리를 지키는 것이 실제 성과만큼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육아와 커리어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 자체가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장소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일자리.

정해진 시간에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결과물로 평가받는 일자리.

필요하다면 일의 양을 조절하면서도 자신의 전문성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일자리.


단순히 짧게 일하는 저임금 일자리가 아니라,

전문성과 적절한 보상을 유지할 수 있는 유연한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꼭 하나의 회사에 소속되어 일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프리랜서나 1인 사업가로 일할 수도 있고, 자신의 경험을 콘텐츠나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할 수도 있다.


물론 회사 밖의 일이 더 편하다는 뜻은 아니다.

고객을 구하고 매출을 만드는 일은 오히려 더 불안정하고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출퇴근과 근무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높은 연봉이나 좋은 직함만큼 중요한 조건일 수 있다.


중요한 건 모든 부모가 창업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남거나 일을 그만두는 것 외에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아지는 것이다.



부모가 되기 전에 육아만 준비하면 안된다


13년 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언젠가 내 일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품어왔다.

그리고 육아휴직을 그 일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시간으로 썼다.


막상 해보니 아쉬운 마음도 든다.

조금 더 일찍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회사에 다니면서 내 경험을 상품으로 만들어보고, 실제로 고객을 만나고, 작은 매출이라도 만들어봤다면 지금의 선택지가 훨씬 넓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또 다른 질문이 생겼다.


우리는 부모가 되기 전에 출산과 육아를 준비한다.

집을 마련하고, 돈을 모으고,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을 산다.

그런데 아이를 낳은 뒤 어떤 방식으로 일하며 살아갈 것인지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을까.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을 회사 밖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전문성을 활용해 작은 유료 프로젝트를 해보고, 프리랜서나 1인 사업을 직접 실험해볼 기회가 있다면.

출산 전에 자신의 일하는 방식을 미리 바꿔볼 수 있다면, 부모가 된 뒤의 선택도 조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누구에게나 가능한 길은 아닐 것이다.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슬롯적 제도도 있으면 좋을 것이다.

실제로 작은 일을 경험해보고, 자신의 적성을 확인하고, 소득이 불안정할 때도 기본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환경 말이다.


육아휴직을 준비하는 것만큼, 육아휴직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준비하도록 돕는 것.

이것 역시 중요한 출산·육아 정바카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을 멈출 권리만큼, 계속할 선택지도 필요하다


물론 모든 부모가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와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면 충분히 쉴 수 있어야 한다.


출산 후 몸을 회복할 시간도 필요하고, 아이와 관계를 맺는 시간도 중요하다.

누군가는 그 시간을 온전히 육아에 쓰고 싶을 것이고, 누군가는 조금 더 일찍 일터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중요한 건 어느 한쪽이 정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직을 운영했던 사람으로서 육아휴직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 부담인지 안다.

동시에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모로서 그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이 있고,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고 죄바카라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시간과 장소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지고,

회사 밖에서도 자신의 전문성으로 살아갈 기회를 준비할 수 있는 슬롯.


그런 환경이라면 부모도, 기업도 지금보다 조금은 덜 어려운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슬롯를 만드는 데에도 비용은 든다.

그리고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람은 여전히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육아휴직의 기간과 비용으로만 한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를 낳으면 일을 쉴 수 있는 슬롯도 필요하지만, 아이를 낳아도 원하는 방식으로 계속 일할 수 있는 슬롯 역시 필요하다.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서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 아이와의 시간을 모두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슬롯.


어쩌면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육아휴직을 더 견고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부모가 된 뒤에도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더 많이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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