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신(神)은 죽었다.
엄마가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는 나를 향한 다정한 안부가 아니다.
그것은 과거 본인이 저지른 직무유기를 감당하기 위해, 큰 딸에게 씌워놓았던 '완벽한 가짜 신(神)'을 호출하는 서글픈 소환장이다.
그녀는 분명 과거의 나를 원할 것이다. 본인이 구축한 환상 안에서 한 치의 단점도, 상처도 없이 늘 번듯하게 일등을 해내던 인간 이상의 존재. 자신들이 품어내야 할 삶의 얼룩이나 비극의 찌꺼기 따위는 단 한 방울도 묻어있지 않은 순결한 소녀. 아니, 어쩌면 나날이 늙어가는 본인을 위해 예전보다 더욱 직접적이고 완벽하게 보필해 주는 든든한 성벽을 원할지도 모른다.
나의 단점이나 부족한 점, 약한 점은 부정하며, 열살배기 어린 딸로서 엄마에게 가졌던...아니, 그저 인간 대 인간으로 가졌던 지극히 당연한 정서적 필요는 단 하나도 수용하기 따가워하면서, 그저 약하디약한 자신을 무조건 덮어주고 지켜줄 커다랗고 두껍고 믿음직스러운 환상적 존재, 즉 일방적 신(神)의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캐나다로 건너온 지 16년이 지난 지금도, 내 화면 위로 엄마의 전화가 울리면 그건 분명 엄마가 어딘가에서 상한 자존감을 보충하려는 조급한 신호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전날 밤 아빠와 피 터지게 싸웠거나, 주변인에게 깊은 상처를 받았거나, 스스로가 견딜 수 없이 초라해졌을 때, 그녀는 자신이 직접 창조해 낸 ‘환상’속 신’에게로 도망쳐 정서적 에너지를 충전하려 한다. 지독하게 의존적인 자아의 발현이다.
가장 소름 끼치도록 까무러치던 기억은 내 나이 스물여섯 살이던 해에 있다. 갓 결혼해 큰아이를 낳고, 내 안에 휘몰아치는 산후우울증을 억누르며 싫은 내색 없는 맑은 얼굴로 엄마를 위해 크림스파게티를 끓여주려 집에 초대한 내게, 당시 쉰 살이던 엄마는 치매 환자처럼 나를 향해 이렇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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