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이 말하는 역설

by이제이

사람들은 가끔
자기가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말한다.

그럴 때가 있다.

분명 입 밖으로 나온 말은 그것인데,
듣고 나면 이상하게 다른 말이 남는다.

“괜찮아.”

괜찮다는 말을 들었는데
하나도 괜찮지 않은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네가 알아서 해.”

허락처럼 들리지만
잘못하면 두고두고 원망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

“참 잘됐네.”

축하받은 사람보다
그 말을 한 사람의 표정이 더 오래 기억되는 경우도 있다.

말은 참 이상하다.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말한 사람의 것이 아닌 것처럼 굴기도 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런 말들이 재미있었다.

사람들은 왜 굳이 반대로 말할까.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될 것을
좋다고 말하고,

서운하면 서운하다고 하면 될 것을
아무렇지 않다고 하고,

떠나고 싶으면 떠나면 될 것을
“난 여기 있어도 돼.”라고 말한다.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그 말을 듣는 사람도 대개 그 말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다.

말보다 침묵을 먼저 듣고,
문장보다 문장 사이를 읽는다.

그래서 “괜찮아”라는 말보다
괜찮다고 말하면서 컵을 조금 세게 내려놓는 손을 보고,

“좋아”라는 말보다
좋다고 말하면서 웃지 않는 입술을 본다.

어쩌면 우리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말을 의심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 의심을 싫어하면서도
자신이 말할 때는 상대가 알아서 알아듣기를 바란다.

참 편리한 마음이다.

나는 너에게 솔직하지 않을 테니
너는 내 마음을 알아차려주었으면 좋겠다는 것.

말하지 않았으니 바카라임질 것도 없고,
알아차렸다면 네가 알아차린 것이니
내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교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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