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by이제이

나는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습관처럼 연료 게이지를 확인했다.

연료는 어디를 가더라도 불안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채워져 있었다.

그다음은 목적지를 입력할 차례였다.

내비게이션 화면을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손가락을 내밀었지만 어느 곳도 터치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우두커니 빈 입력창만 바라보고 있었다.

갈 수 있는 곳은 많았지만, 정작 가고 싶은 곳은 떠오르지 않았다.

행선지를 알아야 신나게 내달릴 수 있다.

콧노래가 나오고, 휴게소에 잠시 들러 쉬더라도 다시 출발할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목적지가 있는 사람은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길을 잃지는 않는다.

반대로 정처 없이 달리는 길은 어떨까.

방향을 잃은 인생과 다르지 않다.

연료를 길바닥에 흘려보내는 것과 내 인생의 시간을 흩뿌리는 것이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래서 가끔은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내가 가고 있는 길. 그리고 지금 서 있는 이 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길인지.

그저 편해 보인다는 이유로, 완만해서 달릴 만하다는 이유로,

"가다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그런 마음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길을 계속 달리기에는 우리의 인생은 생각보다 짧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듯 삶에도 목적지가 필요하다.

빠른 길을 갈 것인지, 경치 좋은 길을 갈 것인지, 통행료가 적은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가장 효율적인 길을 갈 것인지.

그 선택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는 것이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목적지의 문제다.

목적지를 정한 사람만이 길 위의 풍경도 즐길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우회로마저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

그러니 목적지를 입력하자.

그리고 스스로 선택한 길을, 후회 없이 아름답게 완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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