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가운 안경 렌즈 뒤에 숨겨진
이 세상은 온통 더 많이 가지라고 아우성칩니다. 타인의 인정, 통장 속의 숫자, 슬롯관계망서비스의 좋아요 개수가 곧 나의 가치라고 속삭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화려한 소음 속에서 자주 길을 잃습니다. 마음은 조조의 지략처럼 날카로워지려 애쓰고, 몸은 관우의 청룡언월도처럼 휘둘리지 않으려 발버둥 치지만, 정작 우리 안의 평화는 유리잔처럼 위태롭습니다.
여기 인류 역사상 가장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심리를 가졌던 한 남자가 있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 모두가 신의 이름으로 서로를 증오하던 시대에 홀로 자연이 곧 신이라 외치며 안경 렌즈를 깎던 철학자, 바로 바루흐 스피노자입니다.
스피노자의 삶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유산 거절입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누이들은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스피노자를 법정에 세웠습니다. 당시 유대교 공동체에서 파문당해 고립무원이었던 그에게 유산은 생존을 위한 유일한 밧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법정에 서서 당당히 승소한 뒤 판결문을 들고 누이들을 찾아가 말했습니다.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했으니 충분합니다. 이 재산은 모두 당신들이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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