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를 드러낸 김밥

by납작콩

우리 식구들은 김밥을 참 좋아한다.


“뭐 먹고 싶니?”


가족들에게 물으면 열 번 중 여덟 번은 김밥이라고 대답한다. 사 먹는 김밥도 맛있지만, 가끔은 엄마표 김밥을 만들어 주고 싶어진다.


김밥을 만들기로 한 날에는 장을 볼 때부터 마음이 분주해진다. 채소는 되도록 신선한 것으로 고르고,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당근도 꼭 산다. 햄은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저지방 제품을 고른다. 단무지와 시금치, 달걀까지 챙겨 장바구니에 담으면 벌써 김밥 몇 줄을 다 만 것처럼 든든하다.


밥이 다 되면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밥을 커다란 그릇에 옮겨 담는다. 들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깨소금도 듬뿍 뿌린다. 주걱으로 밥을 뒤집을 때마다 고소한 냄새가 공기 중으로 퍼진다.


김밥을 만드는 날이면 식구들이 자연스럽게 한자리에 모인다. 나는 김 위에 밥을 펴고 재료를 가지런히 올린다. 그 옆에서 가족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김밥 한 줄이 완성되기를 기다린다.


내가 김밥을 다 말아 건네면 남편은 먹기 좋게 잘라 접시에 담는다.

김밥2.png

딸과 아들은 갓 썬 김밥을 하나씩 집어 먹으며 다음 김밥을 기다린다. 김밥 한 줄을 마는 동안 접시는 어느새 비어 있다.


남편은 김밥을 자르다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위를 내 입에 넣어 준다.


김밥 꼬다리.


나는 김밥 가운데보다 꼬다리를 더 좋아한다.


가운데에 놓인 김밥은 검은 김 속에 재료를 얌전히 감추고 있지만, 꼬다리는 다르다. 당근, 시금치, 달걀과 햄이 밖으로 삐죽삐죽 나와있다.


모양은 조금 흐트러졌어도 무엇이 들어 있는지 한눈에 보인다.


나는 그게 좋다.


속에 든 것을 굳이 감추지 않는 것 같아서.


사람도 저럴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누군가에게 속내를 보여 주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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