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점심 도시락에 단호박을 싸기 시작했다.
많이 먹어도 속이 편하고, 다른 반찬이 없어도 제법 든든하다. 무엇보다 준비하기가 쉽다.
처음에는 꼬박꼬박 찜기에 쪘다. 작은 단호박을 잘라 찜기에 올려놓으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노란 속살이 포슬포슬하게 익었다. 그러다 어느 날 전자레인지에 넣어 보았는데, 생각보다 금세 익었다.
이렇게 쉬운 걸.
그 뒤로는 바쁜 아침이면 단호박 몇 조각을 익혀 도시락통 한쪽에 넣는다. 점심시간에 뚜껑을 열면 노란 단호박이 들어 있다.
요즘 내게 호박은 이렇게 작고 만만한 음식이다.
그런데 호박을 먹다 보면 가끔 아주 커다란 주황색 호박이 생각난다.
미국에서 살 때였다.
가을이 되면 마켓 앞에는 커다란 펌킨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납작한 것도 있고 길쭉한 것도 있고, 그림에서나 보던 것처럼 둥글고 주황빛이 고운 것도 있었다.
할로윈이 가까워지면 집집마다 펌킨으로 만든 잭 오 랜턴을 현관이나 마당 앞에 내놓았다. 눈과 코와 입을 파낸 호박 안에 불을 밝히면 저녁이 되면서 하나둘 얼굴이 나타났다.
나는 그 풍경이 좋았다.
조금 으스스하면서도 따뜻했고, 집 앞에 놓인 주황색 호박을 보고 있으면 정말 가을이 왔구나 싶었다.
그전까지 내가 알던 호박은 애호박이나 호박나물, 호박죽 정도였다. 호박으로 집 앞을 꾸민다는 것도, 파이를 만들어 먹는다는 것도 낯설었다.
나도 한번 잭 오 랜턴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마켓에서 한참을 고른 끝에 가장 모양이 그럴듯한 펌킨 하나를 사 왔다. 꼭지도 괜찮고 동그란 모양도 제법 예뻤다.
윗부분을 잘라내고 속을 파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속은 질겼고 씨도 많았다. 눈을 만들고 코를 만들고 입도 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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