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먹어도 속 편한 누룽지

by납작콩

누룽지를 참 좋아한다.


식당에서 돌솥밥을 시키면 밥을 떠낸 뒤 가장 먼저 뜨거운 물부터 붓는다. 솥뚜껑을 덮어 놓고 밥과 반찬을 먹는 동안, 돌솥 안에서는 눌어붙은 밥이 천천히 불어난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뚜껑을 열면 구수한 김이 올라온다. 숟가락으로 솥 가장자리를 살살 긁으면 바닥에 붙어 있던 누룽지가 부드럽게 떨어진다. 아직 바삭함이 남은 부분도 있고, 물을 충분히 머금어 죽처럼 풀어진 부분도 있다.


식사를 다 하고 먹는 누룽지는 후식처럼 꼭 챙겨야 하는 필수 코스다.


누룽지의 진짜 묘미는 국물에 있다. 눌어붙은 쌀에서 우러나온 구수한 향이 뜨거운 물에 베어 든다. 된장찌개나 양념이 진한 반찬을 먹은 뒤 누룽지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으면 입안에 남아 있던 맛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간을 하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다. 달지도 짜지도 않은데 자꾸 숟가락이 간다. 화려하게 기억되는 맛은 아니지만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누룽지를 먹고 나면 식사가 제대로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속이 좋지 않은 날에도 나는 누룽지를 찾는다.


밥은 부담스럽고 아무것도 먹지 않기에는 허전할 때, 누룽지 몇 조각을 냄비에 넣고 물을 넉넉히 붓는다. 처음에는 딱딱한 조각들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닌다. 서로 부딪칠 때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난다.


불을 켜고 기다리면 냄비 가장자리에서 작은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물이 끓으면서 누룽지 조각은 조금씩 제 모양을 잃는다. 날카롭던 모서리가 둥글어지고, 단단하게 붙어 있던 밥알도 하나둘 풀어진다. 맑았던 물에는 엷은 쌀빛이 돌고, 부엌 안에 구수한 냄새가 번진다.


이때 너무 자주 젓지 않는 편이 좋다. 넘치지 않도록 불만 조금 줄여 놓으면 물과 열이 알아서 누룽지를 부드럽게 만든다.


국물이 너무 적으면 금세 졸아붙고, 너무 많으면 구수한 맛이 옅어진다. 몇 번 끓여 먹다 보면 눈으로 대강 물의 양을 맞추게 된다.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고 누룽지가 숟가락으로 쉽게 나뉘면 불을 끈다.

누룽지2.png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납작콩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의미있는 일상을 통해 아름답게 물들여질 인생을 기대합니다.

4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