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름이 가나 보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찬 바람이 불어온다.
오랜만에 창을 통해 들어오는 찬바람이 반가워 어젯밤에는 창문을 열어놓고 잤다. 밤새 쾌적하게 자고 일어나 보니 거실과 부엌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이제는 춥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창문을 닫기는 싫었다.
옷장 위에 접어두었던 카디건을 꺼내 입었다. 카디건을 입은 채 커피를 갈고 아침을 준비했다.
출근하기 전 내가 하는 일은 거의 정해져 있다. 커피를 내리고, 아침을 준비하고, 점심을 싼다. 매일 반복되는 일인데 신기하게도 그 일을 하나씩 하는 동안 내 몸도 조금씩 잠에서 깨어난다.
요즘 점심을 쌀 때 꼭 챙기는 것이 하나 있다.
얼음이다.
여름방학 내내 우리 집 냉동실에는 얼음이 떨어질 날이 없었다. 남편이 부지런히 얼음을 얼려놓은 덕분이다. 더운 여름 동안 얼음물도 마시고 아이스커피도 만들어 먹었다.
딸과 나는 그런 남편에게 선물을 하나 했다. 동글동글한 얼음을 만들 수 있는 얼음틀이었다.
선물을 받아 든 남편이 말했다.
“얼음을 계속 만들라는 거야?”
그 말을 듣고 보니 선물이 아니라 일감을 하나 더 얹어준 것 같았다. 미안했다.
그런데 그날 이후 냉동실의 얼음은 정말 더 풍성해졌다. 네모난 얼음 사이사이로 동그란 얼음까지 굴러다녔다.
날은 서늘해지고 있는데도 내가 아직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그 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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