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먹고 나면 조금 좋아지는 것들

by납작콩

며칠 전, 동네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 홍시주스를 먹었다.


홍시를 직접 갈아서 만든다는 그 집의 홍시주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부드럽게 갈아진 홍시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시원한 주스를 한 모금 먹었다. 달았다. 한 모금 먹고, 또 한 모금을 먹었다.


먹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별것 아닌 일인데 그날은 그게 조금 신기했다.


좋은 소식을 들은 것도 아니고,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난 것도 아니었다. 특별한 사람을 만난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집에서 멀지 않은 작은 가게에 앉아 홍시주스 한 잔을 먹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가게를 나설 때의 나는 들어갈 때의 나보다 조금 기분이 좋아져 있었다.


맛있는 것을 먹는 일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바꿔놓기도 하는구나.


생각해 보면 음식에는 그런 순간이 있었다.


몸도 마음도 지친 날 먹었던 따뜻한 국물 하나가 이상하게 위로가 되기도 했고, 여행지에서 우연히 들어간 작은 식당의 음식이 유명한 관광지보다 오래 기억에 남기도 했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빵 굽는 냄새를 맡으면 빵집 앞에서 걸음이 느려진다. 어떤 날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굳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오래전에 먹었던 음식이 불쑥 생각난다.


그 음식이 특별히 대단해서인지, 그때 함께 먹었던 사람이 그리워서인지, 아니면 그 시절의 내가 그리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


맛은 오래전에 사라졌는데 그때의 식탁과 사람과 계절은 남아있다.


그러다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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