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닿지 않는 랜선 육아의 한계
*1권에서 아들을 그저 '아들' 그대로 지칭하던 것을 2권에서는 아들의 이름을 넣어 '율'이라고 하겠습니다.
"엄마, 밥 먹고 전화할게."
율은 이제 엄마보다 밥이 먼저다. 엄마와의 전화로 정서적인 허기를 채우는 시기를 조금씩 넘어선 것 같다. 밥 앞에서 만큼은 몸의 허기를 먼저 채우느라 바쁘다. 아주 약간의 서운함이 들기는 하지만, 안도감이 더 크다. 낯선 땅에 가서 밥을 잘 먹고 씩씩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이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느껴진다.
하지만 율이 독일로 유학을 떠나고부터 일상에서 율과 길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율은 오후 시간, 나는 밤시간이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아, 지금 아니면 길게 통화를 못한 텐데, 곧 자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딸을 재우기 전에 아들과 여유롭게 대화하고 싶은 마음을 모른 채 아들은 오늘 밥 앞에서 밥이 먼저다.
하루 종일 잘 들리지도 않는 독일어에 집중하느라 에너지를 다 썼으니 당연하다. 한국에서보다 훨씬 많은 밥을 먹는다고 한다. 아주 고봉밥을 먹는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입 짧은 아들에게 밥을 먹이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어서 밥을 먹으라 전화를 뒤로 미뤘다.
옆에 계신 가디언선생님의 웃음소리도 들렸다. 가디언 선생님은 바로 아들이 밥을 먹는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셨다. 요즘 식탁 한편에는 항상 납작 복숭아가 올라와 있었다. 딸과 나는 먹어보지 못한 납작 복숭아는 어떤 맛일까?
우리가 5도 2촌 생활을 하며 주말마다 여주 세컨드하우스에 갈 때 집 근처에 복숭아 과수원이 있어서 그 길을 항상 지나다닌다. 복숭아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들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듯이 매번 복숭아를 사달라고 외친다. 한 상자를 사 오면 아들과 딸이 주말 이틀이면 동이 나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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