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 길을 잃은 사람

사라지는 방식

by정혜영

사라지는 방식

20 - 길을 잃은 사람


"이번엔... 길을 잃으셨어요."

유품정리사 김 대표가 말했다. 꽃뱀 이야기를 나눈 지 며칠 만이었다.

"길을요?"

"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70대 초반 남성. 등산로 입구에서 발견됐다. 벤치에 앉아 있었다. 사망한 지 며칠 후였다.

겨울이었다. 저체온증이었다.

실종 신고가 들어왔다. 아들이 신고했다. "아버지가 사흘째 연락이 안 된다."

경찰이 수색했다. CCTV를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찍힌 곳이 등산로 근처였다.

등산로를 수색했다. 입구 벤치에 앉아 있었다. 등산복을 입고 있었다. 배낭도 메고 있었다.

그대로 앉아서 죽어있었다.

김 대표는 며칠 후 현장에 도착했다. 집이었다.


"아들이 연락 주셨어요. 아버지 집 정리해 달라고. 혼자서는 못 하겠다고."

아파트. 24평. 오래된 단지.

현관에서 아들이 나왔다. 40대 중반.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들어오세요."

거실로 들어갔다. 소파, TV, 식탁. 깔끔했다.

"아버지가... 등산 가셨다가 돌아가셨어요."

"등산을 자주 하셨나요?"

"네. 매주 가셨어요.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더 자주 가셨고."

거실을 둘러봤다.

벽에 메모지가 붙어있었다. 여러 장.

'가스 잠그기' '현관문 잠그기' '불 끄기' '핸드폰 가져가기'

냉장고에도 메모지.

'우유 유통기한 확인' '반찬 먹기'

아들이 말했다.

"원래 이렇게 메모 많이 하시는 분이 아니었는데... 요즘 들어서 많이 붙이셨어요."

"언제부터요?"

"몇 달 전부터요. 제가 보고 왜 이렇게 메모를 많이 하시냐고 물었더니, 깜빡깜빡해서 그렇다고..."

냉장고를 열었다. 우유가 다섯 개 있었다. 계란도 두 판.

"같은 걸 자꾸 사 오셨나 봐요."

"네. 제가 얼마 전에 왔을 때도 우유가 많아서 물었어요. 아버지가 '어? 샀었나?' 하시더라고요."

거실 바카라상을 봤다. 달력이 있었다.

달력에 메모가 빼곡했다.

'아들 전화: 010-XXXX-XXXX' '집 주소: ○○구 ○○동' '등산로 가는 법: 버스 ○○번'

같은 내용이 여러 번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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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예 등단 작가. "멈추지 않고 무너진 문장을 다시쓰는 네오 크리에이터(Neo-Creator) 리라이프작가(Re-Life)정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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