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방식
"이번엔... 억울했을 거예요."
유품정리사 김 대표가 말했다. 리딩방 사기 이야기를 나눈 지 며칠 만이었다.
"억울했다니요?"
"네. 너무."
20대 후반 여성.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졌다. 투신이었다.
목격자가 있었다. 아파트 주민. 옥상으로 올라가는 걸 봤다. 이상하다 싶어서 따라 올라갔다.
난간 너머로 서 있었다. 말릴 새도 없이 뛰어내렸다.
즉사였다.
김 대표는 그날 오후 현장에 도착했다. 아파트가 아니라 원룸이었다.
"부모님이 연락 주셨어요. 딸 방 정리해 달라고. 혼자서는 못 하겠다고."
원룸. 작은 공간. 하지만 깔끔했다.
현관에서 어머니가 나왔다. 50대 중반.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들어오세요."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바카라상, 작은 옷장.
"딸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가 울었다.
김 대표는 방을 둘러봤다.
바카라상 위. 노트북이 있었다. 켜봤다.
바탕화면에 폴더가 하나 있었다. '2024 백업'.
"열어봐도 될까요?"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폴더를 열었다. 파일이 여러 개 있었다.
카톡 캡처. 문자 캡처. 녹음 파일. 사진. 문서 파일.
첫 번째 파일. 카톡 대화 캡처.
상사로 보이는 사람이 보낸 메시지.
'오늘 회식 후 2차 가자. 나랑 단둘이.' '왜 피해? 상사 말 안 들어?' '요즘 애들은 융통성이 없어.'
여성이 답장.
'부장님, 불편합니다. 그만해 주세요.'
상사.
'뭐가 불편해? 예민하네.'
두 번째 파일. 문자 캡처.
'너 때문에 일 집중이 안 돼. 너무 예뻐서.' '오늘 치마 입었네? 나한테 보여주려고?'
'퇴근 후에 만나자. 이야기 좀 하자.'
여성이 답장 안 했다.
세 번째 파일. 녹음 파일.
재생했다.
남자 목소리. "왜 이래? 나랑 한잔하자니까."
여자 목소리. "싫다고 했잖아요. 그만하세요."
남자. "왜 이렇게 예민해? 농담인데."
여자. "농담 아니잖아요. 계속 이러시면 신고할 거예요."
남자. "신고? 웃기네. 네가 뭐라고 나를?"
파일이 끊겼다.
네 번째 파일. 회사 내부 신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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