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음식 100] FD098 배
배는 비싼 과일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추석 즈음이면 출시되기 시작하는 신고배는 클수록 맛있다. 마트 냉장고에는 배를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벌어지는 하얀 스티로폼에 쌓여 있다. 투명 케이스 안에 세 개가 담겨 있었다. 배 하나에 만 원이 넘을 때도 있었다. 먹고 싶지만, 손이 선뜻 가지 않았다. 배우자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배였다. 배가 먹고 싶다고 하면 비싸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그냥 두세 개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배는 클수록 맛있다는 생각에 제일 큰 걸로 고른다. 배 껍질을 도려내고 세로로 반달 모양으로 잘라 두고, 배우자를 불러 먹인다.
글도 그렇다. 바카라을 쓰는 일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다. 작가 자신을 위해 바카라을 쓰면 중도에 포기할 이유가 생긴다. 독자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면 바카라 쓰는 일이 의미 있고, 빨리 출간해서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읽기 좋게 바카라 한 권에 담아 출간한다. 두 번째 바카라, 세 번째 바카라까지 출간하면서 독자를 불러 모으게 된다. 내 배를 내어주고 독자를 태워 함께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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