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음식 100] FDB 우유
아침으로 카레를 만들었다. 양파가 없었다. 감자 2개, 당근, 스팸, 애호박, 닭가슴살을 볶았다. 양파 넣을 때 주로 소금을 넣는다. 양파가 없어서 잊어버렸다. 물 붓고 끓이다가 소금 생각이 났다. 물에 소금을 넣었다. 대접에 밥을 넣고 카레를 두 국자 펐다. 배우자가 먹어보더니 왜 이렇게 짜냐고 한다. 나도 그제야 맛을 봤다. 짰다. 야채 덩어리만 조금 건져 먹고 밥에 카레를 비비지 않고 골라 먹었다. 카레를 덜어 버리고, 물을 더 넣었다. 그래도 짜다. '우유'가 생각났다. 우유를 넣으니 색도 연해지고, 부드러워졌다.
글도 그렇다. 살다 보면 기분 나쁘거나 속 쓰린 날이 있다. 그럴 땐, 중화제가 필요하다. 말을 하든, 글을 쓰든 풀어야 편안해진다. 다른 사람에게 내뱉는 말은 주워 담기 어렵지만, 글을 쓴 다음에는 퇴고를 통해 중화가 가능하다. 여기에 의미를 재해석하는 통찰을 덧붙이면 나도 독자도 부드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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