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리는 마음-5
인생이 바쁨의 연속이다. 정말 바쁠 때도 있지만 바쁘지 않을 때도 바쁜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나.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한국화의 아름다움은 여백에 있다. 그림 사이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부분까지 작품인 것이다. 그 여백이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쉬게 하고 여운을 남기고 그 너머를 상상하게 하는 여지를 담아 놓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한국화는 안정감을 준다.
한국무용도 그렇다. 물론 모든 한국무용이 그런 것은 아니다. 십대 초반에 텔레비전을 통해 본 한국 무용이 그랬다. 살풀이 춤이라고 하는데 호흡으로 표현되는 몸의 동작이 멈춘 듯 이어지는 춤이다. 이 춤사위를 보고 있자면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서려 있던 한이 살며시 끌어올라 울컥대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 사이 호흡으로 이어진 공백이 있다. 아주 느긋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공백과 여백. 우리 인생에도 꼭 필요한 기술이 아닐까. 인생을 만드는 일상에는 숨 쉴 수 있는 쉼이 필요하다. 어쩌면 물멍, 비멍, 불멍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아닐까. 쉴 줄 모르니 쉬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 가만히 있지 못하면 물이든 비든 불이든 멍하니 바라보라고. 그것이 명상과도 닮아 있다.
공백도, 여백도 여유로움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조급한 마음이 뭔가를 가득 채워 완성하려는 자신감 없는 모습을 만들어낸다. 그림을 그릴 때도 여백의 미를 살리기보다 빈 곳을 가득 채우려 하고, 무용을 할 때도 동작으로 채우려 하는 것처럼. 물론 자신감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습관이거나, 바카라임감 또는 성취의 욕구가 그렇게 만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이유 없이 여유롭게 느긋하게 뒹굴고 싶은 날이다. 쉬어주어야 한다는 몸의 신호가 아닐까. 주말이 코앞으로 다가와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