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누구를 위한 겁니까?

매일 그리는 마음-6

by지감성장

가끔은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상처를 받지 않을 단단한 마음근육을 가진 내담자를 만난다. 겉으로는 상처를 받지 않은 것처럼 하고는 돌아서서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하는 말은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며 믿고 듣겠다고 한다. 사실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나도 내담자를 믿고 조금 강하게 말했다. 여러 번 반복해서 했던 말은 "그건 누굴 위한 겁니까?"이다.


이 내담자는 거절을 잘 못한다. 거절만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가 타인에게 맞춰져 있다. 상담예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전에는 타인을 향한 자신의 노력이 뿌듯하고 그 마음과 행동이 자랑스러워서 자신은 그렇게 살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 줄만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회기를 거듭할수록 자신의 당연한 배려와 챙김 그리고 헌신적인 삶이 상담장면에 들어와 있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담자는 온라인 게임 동료가 자신의 배려와 챙김에 편한 온라인 게임생활은 하지만 점점 더 무능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료는 연차에 비해 일처리 능력이 엉망이라는 상사의 그 말에 상처받았다고 한다. 그런 동료를 돕겠다고 열심히 일을 했고, 그 사실까지 들킨 순간에는 상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김**는 유**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나?"이 상황으로 동료와의 관계는 서먹해졌고, 동료는 더 이상 온라인 게임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다른 동료에게 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다를 바 없었다. 워킹맘으로 살면서도 아이들, 남편, 시댁식구들까지 모든 일을 자신이 도맡아 해왔다고 한다. 그로 인해 온 가족이 사소한 일까지도 자신을 기다리고 찾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심지어 남편은 늘 같은 자리에 있는 양말도 스스로 찾아 신지 않고, 아이들은 물 한 잔도 제 손으로 받아먹지 않는다고 했다. 듣기만 해도 답답한 상황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이 질문에 내담자는 말했다.


“제가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평화로웠어요. 그렇게 먼저 일하고, 돕고, 챙기면 다들 좋아하고 고마워했어요. 저는 별로 힘든 일이 아니니까 다 제가 했죠.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도 좋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뿌듯하고요. 무엇보다 제가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간다는 말이 너무 좋았어요. 꼭 필요한 존재로 산다는 건 행복한 일이잖아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로 산다는 건 뿌듯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은 길게 보면 서로에게 좋은 일은 아니다. 배려와 챙김 같은 도움이나 희생은 듣기 좋은 말을 듣게 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채울 수는 있지만 과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내담자뿐만 아니라 상담자인 나도 돌아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혹여 지나친 배려와 챙김이 스스로 경험하고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아닌지. 또 자기의 만족을 위해 상대가 원하지 않는 것까지 침범하면서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예의상 하는 감사인사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 내담자의 사례로 글을 쓰는 것을 미리 동의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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