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라는 환상과 65세의 성찰

by임풍

통계표 속에 감춰진 숫자의 진실은 때로 서늘하다. 현재 한국 65세 이상 남성의 건강수명은 약 65세, 평균수명은 80.6세에 머물러 있다. 90세, 100세를 넘어 장수하는 이들의 소식이 매체를 장식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극소수의 예외일 뿐 평균의 삶은 전혀 다른 궤적을 보여준다. 100세 시대라는 화려한 구호는 실상 지금의 2030 세대에게 해당하는 미래의 영역이다. 현재 65세에 도달한 남성에게 남겨진 진짜 현실은 몸 어디 한 곳 아프지 않고 청년처럼 움직일 수 있는 건강한 시간이 이미 거의 소진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이들이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을 산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젊은 시절의 속도와 경쟁에 매몰되어 자신을 혹사한다. 65세 이후의 삶이 일과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노동은 존재의 유용성을 증명하고 슬롯적 유대를 유지하는 훌륭한 통로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일하는 방식과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에 있다. 젊을 때처럼 일에 몰두하느라 곁에 있는 가족을 외면하고, 오랜 친구를 놓치며, 소리 없이 무너져 가는 자신의 심신을 돌보지 않는 삶은 이제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

통계가 가리키는 건강 수명 65세와 기대 수명 80.6세 사이의 약 15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다. 그러나 이 기간은 안타깝게도 각종 만성질환이나 신체 기능 저하를 안고 살아가는 병상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몸의 자유가 제한되기 시작하는 이 시점이야말로 라틴어 격언인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가 추상적 철학이 아니라, 눈앞의 실제 상황으로 다가오는 때이다. 죽음을 인지하는 것은 삶을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은 시간의 희소성을 깨닫고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65세 이후의 삶은 속도를 줄이고 성찰의 깊이를 더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성과를 향해 달려가던 시선을 안으로 돌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정돈하며, 스스로의 영혼을 보살펴야 할 시점이다. 거창한 슬롯적 성공보다 소중한 사람과의 따뜻한 대화 한 마디, 스스로의 건강을 살피는 산바카라 한 번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언젠가 끝이 난다는 당연한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오늘이라는 하루가 비현실적인 욕망에서 벗어나 진짜 내 삶으로 채워질 수 있다. 65세 이후는 무언가를 더 채워 넣을 때가 아니라, 불필요한 집착을 비워내고 삶을 깊이 있게 성찰해야 하는 가장 엄숙하고도 숭고한 인생의 과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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