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지 않는 세상에서

피곤한 생물학적 기계들의 아우성!

by임풍

우리는 모두 조금씩 고장 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한다. 눈을 뜨자마자 밀려오는 까닭 모를 불안, 작은 일에도 크게 출렁이는 집착과 망상, 아무리 애써도 온전히 비워지지 않는 마음, 뭔가 2% 부족한 믿음. 수천 년 전 석가와 소크라테스, 예수 역시 인간의 이 근본적인 결함을 보았다. 인간은 선하고 평화롭게 살도록 설계된 존재가 아니라, 본래 불안해하고 흔들리도록 조건 지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우리의 뇌는 행복을 느끼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수만 년 전 사바나 초원에서 작은 바스락거림에도 극단적인 공포를 느끼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던 예민한 수렵채집인의 유전자가 21세기를 사는 우리 몸에 여전히 흐르고 있다. 부정적인 요인을 침소봉대하고, 온갖 피곤한 본능을 뿜어내는 이 생물학적 배선은 회개나 긍정적인 다짐 따위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그저 생존이라는 목적에 맞춰 투박하게 제작된 참으로 피곤하고 고단한 생물학적인 기계다.

진짜 비극은 이 피곤한 기계를 끌고 살아가는 무대 위에서 일어난다. 세상은 끊임없이 광기를 요구한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집착을 자극하고, 광고는 결핍을 부추기며, 세상은 단 한순간의 휴식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사무실에서, 모니터 앞에서 저마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는다. 잘 살고 있는 체, 완벽히 통제하고 있는 체하며 거대한 연극을 이어간다. 게다가 멋있는 척도 해야한다. 피곤한 기계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온 힘을 다해 태연함을 연출하는 모습은 지독히도 슬프고 기괴하다.

만약 당신도 오늘 하루, 고장 난 하드웨어를 끌어안고 완벽한 배우처럼 살아가느라 지쳤다면 이 사실 하나만큼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오늘 마음이 무겁고 세상이 힘들었던 것은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마음가짐이 안일해서도 노력이 모자라서도 아니다. 당신이라는 존재의 물리적, 심리적 구조 자체가 원래 그렇게 힘들고 불편하게 조건 지어져 있기 때문이다.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기계는 원래 그렇게 고통을 생산하도록 만들어졌으니까.
그러니 남들처럼 잘 살아내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할 필요가 없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저 수많은 사람들도 실은 당신과 똑같이 고장 난 기계의 소음을 억지로 누르며 연극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인간이라는 비참한 구조를 직시할 때, 비로소 작은 구원이 시작된다. 내가 피곤한 기계임을 인정하면, 완벽해져야 한다는 거대한 위선에서 내려올 수 있다. 타인의 기괴한 연극 뒤에 숨겨진 지친 얼굴도 비로소 불쌍히 여길 수 있게 된다. 오늘 하루만큼은 잘 사는 체하는 연극을 잠시 멈추어도 좋다. 몸의 삐걱거리는 소리를 있는 그대로 두고, 피곤한 뇌가 만들어내는 부질없는 생각들을 그저 지나가는 바람처럼 바라봐도 된다. 그저 오늘 하루도 이 서툴고 피곤한 몸을 끌고 무사히 지나온 자신에게, 그리고 나와 똑같이 견뎌낸 곁의 누군가에게 나지막이 조용한 위로를 건네보는 것이다. "원래 힘든 게 맞다. 그러니 우리, 참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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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의식 탐구, 21세기 대응법, 몸과 맘 균형, 유튜브 채널: 아래 웹싸이트(URL) 클릭 연결, 저서: 21세기 인생 해석, 생각하면서 걸어가기, 오늘 나는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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