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조금 늦게 어른이 되어간다
아버지는 평생 건강 관리에 누구보다 진심인 사람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통증을 호소했고, 검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병변이 발견됐다.
의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정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수술을 미뤄야 합니다.”
그 말 한마디로, 우리 가족의 시간은 잠시 멈춘 듯했다.
응급실을 다녀온 뒤, 검사 날짜를 기다리는 며칠은 이상하게 길기만 하다.
이른 새벽이었다.
거실 불은 꺼져 있었고, 작은 스탠드 조명만 켜져 있었다.
안락의자에 기대어 앉아 계신 아버지가 보였다.
고개를 조금 숙인 채, 조용히 눈가를 훔치고 계셨다.
그 눈물이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평생 가장으로 버텨온 시간이 흔들리는 순간의 허무함이었는지
나는 끝내 묻지 못했다.
조용히 문을 닫고 방으로 돌아왔다.
나의 부모님은 지금의 내 나이 무렵,
사춘기 자녀들을 키우며 자신들의 많은 선택을 뒤로하고 살았다.
그 긴 성실함 끝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확실함 앞에 서 있다면,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검사 결과에 따라 수술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식사를 조심해야 한다는 말에, 나는 자연스럽게 부엌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 끼를 준비할 때마다, 오래전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졌다.
어머니가 암과 싸우던 시절,
나는 따뜻한 국 한 그릇 직접 끓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늘 말했다.
“괜찮아.”
나는 그 말을 정말 괜찮다는 뜻으로 믿어버렸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부모는 자식 앞에서 자신의 두려움을 감춘다.
그 침묵으로, 자식의 평범한 하루를 지켜낸다.
아버지의 말없는 밤과
어머니의 ‘괜찮다’는 말 사이에서,
나는 한참 늦게 어른이 되어 간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 가족은 ‘병변’이라는 단어 대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을 선택했다.
말없이 과일을 깎아 두는 손,
괜히 한 번 더 안부를 묻는 목소리,
식탁에 조금씩 더 늘어나는 대화들.
아마 가족이라는 건
이런 작은 행동들로 서로를 버텨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명절을 앞두고 문득 생각한다.
각자의 역할에 바빠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의 얼굴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누군가는 오늘도
괜찮다고 말하며 두려움을 감추고 있을지 모른다.
누군가는 안락의자에 기대어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연휴만큼은
그 침묵의 의미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알아차릴 수 있기를.
서로의 존재만으로
하루가 조금 더 특별해지는 일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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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morning my daughter, Good morning my son.
You’ve already made this day a special one.
좋은 아침이구나, 내 딸아, 내 아들아.
너희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이미 특별한 하루란다.
—어느 아침, 우연히 듣게 된 제목 모를 노래 가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