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켄하우어 헤르만 헤세 에코백
KF94 마스크를 장바구니에 반복해서 담으면서,
걷다가 괜히 하늘을 올려다 보고 “언제 다시 비행기 타려나" 하면서,
다섯 명이서 만나는 연말모임을 게더타운에서 가지면서,
마스크 쓴 하객들 사이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서,
(... )
나는 코로나 팬데믹이란 시절을 통과했다.
백발노인이 되어 회고록을 쓰기도 전에 "시절을 통과했다"는 표현을 쓸 줄 몰랐다. 긴 터널을 지난 뒤에 맞는 빛에 눈을 찌푸리면서도 답답함이 가셔 웃듯이,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일상에 내 몸과 마음은 뼈소리가 나도록 기지개를 켰다.
예민했고 예민해져야만 했던 시절이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연결고리였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장소, 사람과... 연결고리 범벅인 여행은 사치였다. 세게 말해서 죄악시되었다. 대중교통 이용까지도 최소한으로 제한하던 때였기에, 여권이나 기차표 등이 필요한 여행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나중으로 미뤄졌다. 그 나중이 언제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 그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틔였다.
언제든지 어디론가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몸이 그러질 못하니 마음만큼은 늘 그렇게 먹었다. 여행하는 감각을 잃고 싶지 않아 집에서 여행 느낌을 낼 수 있는 것이라면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다.
해외의 어느 유명 미술관의 온라인 큐레이션을 보기 위해 인터넷 창을 켰고, 이국의 레시피를 집에서 따라 해 보려고 퇴근길에 장을 봤다. 랜덤으로 세계 각국의 창 밖 풍경을 보여주는 사이트를 찾았고, 유럽 기차 여행 느낌을 낼 수 있는 VR영상을 틀어두었다. 또, 이전에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자주 들춰보았다. 십 년 전의 독일, 벨기에, … 이럴 줄 알았으면 작년에 무리해서라도 독일에 다녀올걸. 아쉬움이 진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가 볼 여행지들을 찾아 구글맵에 저장해 두었다. 저장 목록의 이름은 [커밍쑨]으로 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날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설레었다. 바카라을 많이 읽었다. 주로 소설을 읽었다. 사람들과 왁자지껄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이야기 속 인물들과의 교류를 늘렸다. 더 재밌고 더 감동적인 바카라을 찾아 #바카라소개 #바카라추천 #북큐레이션 #북스타그램을 검색어로 SNS를 뒤졌다. 수많은 게시물 중에서도 지역 서점들의 큐레이션이 개성 넘치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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