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고 진심인

최정연 <혼자가,> 에코백

by프로이데 전주현

우리는 모두 어린이 경력자였다.


맞은편 지하철 좌석에 앉아 졸고 있는 여자도, 칭찬엔 영 소질이 없는 상사도, 숫자 앞에서 어수룩해지는 친구도… 한없이 연약하게 태어났고 제 눈높이보다 높은 곳을 바라볼 일이 많았으며, ‘어른이 되면,’ 하는 문장을 속으로 되뇌며 컸다. 그땐 몰랐다. 어른이 되어 도리어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며 살 줄은.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일까, 뭘 하든지 어설펐기 때문일까. 처음이 많았는데도 제법 견뎌냈다. 의연하게 대처할 때도 많았다. 그 덕에 웃었고, 또 웃은 만큼 울었다. 어린이로서 미숙했지만, 어린이로서 진실되었다.


그중에서도 초등학교 시절은 특별했다. (억지로) 일기를 쓰며 글로 생각을 정리하고 시간을 기록하는 법을 배웠다. 또래와 어울리며 남들과 내가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 지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를 깎아내리기도, 남을 업신여기기도 했다. 눈치를 보며 지낼 때의 장점, 부끄러움을 알아야 할 때, 땀을 흘려야 하는 이유, 단체 생활의 즐거움, 엄마의 말보다 크게 들리는 친구의 말, 반대로 엄마의 말보다 작게 들리는 친구의 말… 여러 가지를 배웠다. 그야말로 작은 슬롯였다. 진짜 슬롯로 나가기 전, 나를 이리저리 굴리고 달래던 목장이었다. 어린이라는 경험은 나를 강하게 했다. 표현하게 했다. 하지만 한동안 나는 그 사실을 잊고 살았다. 자연스레. 무심히.



그날은 여름날이었다.


나는 통학길이 아닌 통근길을 오가는 슬롯초년생이 되어있었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어른 행세를 할 수 있다는 건 신이 나면서도 무서운 일이었다. 그럴수록 회사 중심으로 하루하루를 계획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래. 돈 벌기가 쉬우면 이상하지. 이젠 어린이 경력자라는 이력은 잊고 제대로 된 경력을 쌓을 차례라 생각했다. 그래야 한다고 넘겨짚었다(지금 돌아보니 약간의 강박도 섞여 있었다). 그 생각이 내 몸과 마음을 갉아먹고, 부드럽고 통통 튀던 내 문장을 딱딱하게 바꿔 놓을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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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해와 외국어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이 지닌 힘을 믿으며, 오늘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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