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로부터 인사평가를 받았습니다. 내용은 비교적 공정하고, 잘한 점과 개선할 점도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평가를 다 읽은 뒤 이런 문구를 발견합니다. “이 문장은 AI가 자동으로 생성했습니다.” 평가 내용이 한 글자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우리의 마음은 뭔가 달라지는 것 같죠? 2026년 Frontiers in Psychology에 발표된 Marót과 동료들의 연구입니다.
온라인 게임에 다니는 성인 192명이 실험에 참여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가상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최근 상사에게 업무평가를 받았다고 상상했습니다. 피드백에는 <마감과 행정업무는 잘 처리하지만, 공동 논의와 의사소통에는 조금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장점과 개선점이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모든 참가자가 읽은 문장은 똑같았는데, 하나 다른게 바로 누가 이 글을 썼느냐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상사가 전부 직접 작성했다고 전달받았고, 어떤 사람은 AI가 작성한 문장을 상사가 수정 없이 그대로 보냈다고 전달받았습니다. 즉, 내용은 똑같은데 오직 ‘누가 작성했는가’라는 믿음만 바꾼 거죠.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상사가 직접 작성했다고 들은 사람들은 실수를 고치려는 의향을 7점 만점에 평균 6.02점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AI가 전부 작성했다고 들은 사람들은 그에 훨씬 못미치는 4.43점을 주었습니다. 상사에게 업무상 도움을 요청할 의향도 5.31점에서 3.43점으로 낮아졌습니다. 업무동기는 4.79점에서 3.66점, 상사와의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4.69점에서 3.23점으로 내려갔습니다. 즉 AI가 작성했다고 알게된 피드백에는 점수가 모두 낮았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AI가 작성한 피드백을 무조건 싫어하는 걸까요? 왜 점수 차이가 크게 나는 걸까요?
AI가 개입한 피드백을 무조건 싫어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른 집단에게는 '상사가 피드백을 쓴 뒤 AI를 사용해 문장을 다듬었다'는 조건으로도 확인해보니, 상사가 직접 작성했다고 들은 집단과 차이 없이 높은 점수를 부여했습니다. 즉 피드백 내용에 있어 AI 사용 자체에 문제가 아니라, 상사가 내 업무를 지켜봤는지, 나에 대해 스스로 판단했는지, 내 성장에 관심을 기울였는지가 피드백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AI가 피드백을 전부 작성했다고 들은 집단의 경우, 문장의 내용이 아무리 적절해도 '상사는 내 업무를 제대로 보기는 한 걸까?', '나에 대한 판단까지 AI에게 맡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는 겁니다.
연구는 AI를 보조도구로 사용할 때에는 거부감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즉, 상사가 직원의 행동과 성과를 직접 관찰하고, 핵심 판단과 개선 방향을 스스로 정한 뒤, AI에게 문장을 정리하거나 표현을 부드럽게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장을 매끄럽게 만들거나 AI말투가 묻어날 수 있으니 솔직하게 이를 밝히는게 오히려 더 중요하게 됩니다. '00님 사실 피드백 내용은 제가 모두 직접 작성했고, 전달 과정에서 말투나 문장 표현을 명확하게 정리하기 위해 AI의 도움은 일부 받았습니다.' 하고 말하는 거죠.
이 연구는 AI 시대의 피드백에서 놓치기 쉬운 한 가지를 보여줍니다. 직원에게 중요한 것은 매끄럽고 정확한 문장이 아니라, 나를 직접 보고 판단하는 상사의 관심과 바카라임이라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