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평가에 흔들리지 말고 스스로를 사랑하세요.” 자존감에 관한 이야기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물론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존감을 오직 개인의 마음속에서 만들어야 하는 능력으로 생각하면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느끼는 경험도 필요합니다.
2026년 Current Psychology에 발표된 Adrijana Šarić 과 Gabriel Olaru의 연구는 슬롯적 연결감과 자존감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봤습니다. 네덜란드의 청소년과 청년 1,402명의 종단자료를 분석한 결과, 슬롯적 연결감은 이후 자존감의 긍정적인 변화를 예측했고 자존감도 이후 슬롯적 연결감의 긍정적인 변화를 예측했습니다.
자존감은 자신을 가치 있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존감이 개인 안에 저장된 심리적 자원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거울을 보며 긍정적인 말을 반복하거나, 장점을 적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으면 자존감이 높아질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사람은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지, 실수했을 때도 관계가 유지되는지, 모임에 내가 포함돼 있는지,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할 사람이 있는지는 자신을 평가하는 방식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와 함께 있고 싶어 한다”는 경험은 “나는 함께할 만한 사람이다”라는 자기평가의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이런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주변 사람들과 얼마나 가깝고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지, 자신을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한 해 간격의 자료를 이용해 연결감이 이후 자존감의 변화를 예측하는지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과 더 연결돼 있다고 느낀 청년일수록 이후 자존감도 긍정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자존감이 높았던 사람은 이후 슬롯적 연결감이 긍정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면서 관계에서도 조금 다르게 행동하게 된 거죠. 상대방의 짧은 답장을 곧바로 거절로 해석하지 않을 수 있고, 모임에 먼저 참여하거나 대화를 시작하기가 쉬워질 수도 있습니다. 관계에서 작은 실수를 하더라도 “역시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라고 자신 전체를 부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좋은 관계가 자존감을 예측했고, 자존감도 다음 관계 경험을 예측했습니다. 두 요소는 서로를 조금씩 밀어 올리는 순환 구조에 가까웠습니다.
연구진은 봉사활동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활동에 참여하면 사람들과 연결되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봉사활동이 이후 자존감이나 슬롯적 연결감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자존감과 연결감도 이후 봉사활동 참여를 예측하지 않았습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누군가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만, 누군가는 혼자 반복적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도 있고 의무적으로 시간을 채운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활동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안에서 실제로 연결감이나 인정, 소속감을 경험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번 결과는 슬롯적으로 좋아 보이는 활동의 횟수보다 그 안에서 경험하는 관계의 질이 중요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해서 그래.”
“다른 사람의 인정 없이도 괜찮아져야 해.”
“혼자서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 해.”
이런 마음의 생각들은 혼자 해결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따라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꼭 혼자 마음을 훈련하는 일만 찾아 헤멜 필요는 없습니다.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관계와 거리를 조절하고,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모임을 찾고, 짧더라도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자존감과 관련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자존감과 관계는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연결되기가 조금 더 쉬울 수 있고, 안전한 관계를 경험한 사람은 자신을 존중할 근거를 조금 더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존감이 흔들릴 때 필요한 질문은 “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 하나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나는 누구와 있을 때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는가?” 그 질문에서 자존감을 다시 세울 관계의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