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와 이드의 이중주
이 바카라은 가오루코와 세쓰나가 자신의 죽은 동생 혹은 전남편인 하루히코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이렇게만 보면 가족 치정 스릴러 같지만 사실 <카프네>는 일상의 우리가 가족과 공동체에서 피할 수 없는 슬프지만 견뎌야 하는 모습을 비추고 있다.
가오루코와 세쓰나는 마치 정신분석학의 이드와 자아와도 같은 사람들이다. 가오루코는 감정적이고 열정적인 반면 세쓰나는 이성적이고 차분한 성격이다. 장례식장에서부터 슬픔에 스스로를 제대로 추스릴 수 었었던 가오루코를 돌보아준 것도 세쓰나였다. 무엇보다 세쓰나는 정말 하루히코의 죽음이 돌연 심부전이었는지부터 물음을 시작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하루히코의 유언장과 고이치라는 하루히코의 숨겨진 진짜 연인 그리고, 세쓰나는 하루히코의 연인 행세를 해달라는 의뢰를 받아들인 가정부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세쓰나는 하루히코가 연인을 두고 가족들을 두고 죽음에 이르게 된 이유를 말한다. 사실 그녀는 제3자의 입장이었기에 그토록 차분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상복조차 갈아입지 못한 채로 소파에 나란히 앉은 후 세쓰나는 천천히 가오루코는 가족이었음에도 전혀 알지 못했던 하루히코에 대한 사실들을 전한다. 그가 스트레스성 미각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가족들과 식사할 때 맛있는 척 했다는 것, 그리고 자선단체에서 일하고 싶어했다는 것까지.
가오루코는 하루히코와 세쓰나가 자신을 속였다고 비난하려고 했지만 세쓰나의 말을 통해서 늘 긍정적이게만 보였던 하루히코가 가족들로부터 받은 마음의 짐을 다른 사람들을 해치지 않기 위해 웃었을 뿐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세쓰나조차 하루히코가 걸린 백혈병 앞에서는 그의 죽음을 막을 수 없었던, 그리고 그것을 속여야만 했던 죄바카라감에 깊은 슬픔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가오루코는 그제서야 어린 아이와 같이 흐느끼는 세쓰나를 안아준다. 고생했다고 속여야만 했던 세쓰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마지막으로 불임 때문에 이혼했던 가오루코의 변호사였던 전남편이 갑작스레 화해를 하러 왔을 때, 하루히코의 죽음과 관련된 모든 비밀이 풀린다. 하루히코는 자신의 약학 전공 지식을 이용해 자선단체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부모님을 실망시킬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의사표현을 겨우 사후 유산을 인도주의 단체에 기부하겠다는 유언서를 남는 방식으로 행한 것이다. 하루히코는 백혈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만큼은 자기 자신이고 싶었다. 이 문서를 가지고 부모님께 가서 이 사실을 알렸을 때, 그제서야 그 두 분은 자신들의 사랑이 하루히코를 질식시켰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기나긴 여정에서 자아와 이드가 그러하듯 가오루코와 세쓰나는 서로를 의지하고 때로는 갈등하는 것을 반복하며 하루히코에 대해 알아간다. 그리고 진정한 선의의 상징인 하루히코는 이 둘의 초자아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지니고 살아갔지만 하루히코는 그 모두의 아픔마저 짊어지려다가 죽음을 맞이하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초자아로서 하루히코의 죽음은 프로이트가 자신의 논문 <자아와 이드>에서도 언급한 샬롱의 전투를 생각나게 한다. 훈족의 최전성기를 이끈 아틸라가 로마와 서고트족의 전투에서 죽은 이후에도 전쟁터 위 하늘에서 싸움을 계속한다는 내용의 전설은 가오루코와 세쓰나 그리고 하루히코의 생으로의 갈망, 그 전투를 살아서 또 죽어서도 계속해서 치르는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가오루코의 불임과 하루히코의 유언장은 죽음의 본능인 타나토스의 그림자를 계속해서 작품 전반에 드러낸다. 이 속에서 모두 죽음의 우물 속에 잠겨있다. 저 하늘 위 생명의 본능인 에로스로 들어 올려지기 위해. 아직 우리들 중 아무도 진정한 의미의 자신이 되지 못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