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by와이아트



‘여성의 집’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지금에야 여성만을 위한 무언가가 점점 필요하지 않은 시대로 접어들고 있지만,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프로젝트가 미술에서도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1970년대 페미니즘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여성의 집(Womanhouse)》(1972)이 아닐까 한다. ‘여성의 집’은 현대미술가인 주디 시카고와 미리엄 샤피로가 캘리포니아 예술대학(CalArts)의 페미니즘 미술 프로그램에 참여한 21명의 대학생과 함께 폐가를 빌려 집을 수리하고 총 18개의 공간을 활용해 여성과 관련한 작품을 설치한 전시이자 프로젝트다.


이제는 미국 페미니즘 미술의 대모들로 불리는 주디 시카고(1939~)와 미리엄 샤피로(1923~2015)는 여성 미술가가 부재한 주류 미술계에 대해 비판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젊은 작가이자 교육자로서 당시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여성 특유의 경험을 연결하는 작업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Womanhouse-Catalog-Cover.jpg여성의집 카탈로그 표지를 장식한 주디 시카고와 미리엄 샤피로


시카고가 1970년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미국 최초로 ‘페미니즘 미술 프로그램’(Fresno Feminist Art Program)을 설치해 운영하기 시작했고, 샤피로는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 교수로 위촉되면서 동일한 프로그램을 설치하자고 제안한다. 두 사람의 의기투합으로 1971년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 ‘페미니즘 미술 프로그램’이 설립되었고, 총 21명의 학생들과 함께 첫 학기가 시작되었다.


01_schapiro.jpg미리암 샤피로 ⓒFlomehaft Gallery


시카고와 샤피로는 실험적인 교육 방식을 모색하던 중 캠퍼스 밖 공간에서 수업을 하기로 결정한다. 미술대학 내에서 여성 미술가에 대한 차별을 직접 겪어왔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여성만이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한 것이었다. 이들은 “미술가라는 꿈을 향한 여학생들의 의욕을 고양하고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작품으로 형상화한다”라는 취지 아래 전시 프로젝트를 기획합니다. 이것이 곧 ‘여성의 집’으로 탄생한 것이다.


‘여성의 집’에서 여성의 모습은 ‘집’과 ‘가정’의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집’과 ‘가정’은 당시 페미니즘 운동에서 주요 논의의 대상 중 하나였는데, 요즘에야 여성의 슬롯 진출이 늘어나 여성이 가사노동을 전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많이 깨졌지만, 당시만 해도 ‘가정 내에서 성취와 만족을 느끼는 주부’로서의 여성을 묘사하는 경우가 흔했다. 미국의 작가 베티 프리단(Betty Friedan)은 자신의 저서 『여성의 신비』에서 끝없는 집안일과 가사 물품의 소비라는 덫에 빠진 여성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그려낸다. 여성의 가정 내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체하고자 한 것이다.


시카고와 샤피로의 ‘여성의 집’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실현된 산물이다. 가정 내에서의 여성 경험, 즉 바느질하고, 요리하고, 청소하고, 다리미질하면서 살았던 여성들의 삶과 꿈을 찾아보고자 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ca58d95b1f380bde18de4e0e3302ff3db9e58232-2000x1595.jpg.png‘여성의 집’ 자택 앞에서, 1972.


이러한 프로젝트를 위해 스승과 제자들은 ‘여성의 집’을 실현하기 위한 장소를 물색해 나간다. 이내 곧 세 학생이 할리우드에 위치한 해체 예정인 75년 된 폐가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곳은 총 17개의 방과 정원으로 이루어진 빅토리아풍의 대저택이었으며, 3개월 간 이곳을 빌리는 데 성공하게 된다.


물론 이곳은 폐가였기 때문에 저택 전반이 심하게 파손되어 있었다. 25개의 깨진 창문, 난간이 없어진 계단, 막힌 변기, 끊긴 전기와 수도 등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회고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인 미술 작업에 앞서 창문, 계단, 마루, 벽 등을 수리하고 전구를 달아야 했습니다. 작품 역시 17개의 방의 공간에 맞춰 설치해야 했다.


womanhouse-de-johanna-demetrakas-1974-courtesy-le-peuple-qui-manque.jpgJOHANNA DEMETRAKAS, WOMANHOUSE (STILL), 1974.


집수리가 어느 정도 끝나자 시카고와 샤피로는 당시 ‘의식 고양’이라 불렸던 토론 방법을 사용해 마루에 둥글게 앉아 수업을 진행했다. 이는 소그룹으로 모여 여성으로서의 개인적 경험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인데, 우리도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개인적 경험이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는 것처럼, 연대감을 느끼게 되면서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다보면 원치 않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스승들은 학생들에게 여성으로서의 경험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으라고 요구했고, 특히 어머니, 아버지, 남자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섹스나 강간의 경험 등 일반적으로 미대 수업에서라면 다루어지지 않았을 주제에 대해 터놓으라고 부추겼기에 학생들은 눈물을 쏟고 분노하기도 했다. ‘의식 고양’ 수업은 공감과 지지, 그리고 압박과 히스테리컬한 반응이 혼재한 시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참여 학생이었던 이들이 25년이 지난 후 회고한 말들을 보면 당시의 상황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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