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내지 않은 메시지가 내 휴대폰에 남아 있다. 친구들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말을 꺼낸다. 어제의 나를 만났다는 사람은 여럿인데, 정작 나는 어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 몸이 바뀌는 이야기에서 거울 속 낯선 얼굴만큼 곤란한 것은 이 뒤늦은 뒷수습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에서 지방에 사는 여학생 미츠하와 도쿄의 남학생 타키는 서로의 몸으로 깨어난다.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의 학교와 집에 들어가, 그 사람이 하던 생활을 이어 가야 한다. 자신에게는 첫 만남인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말을 건다. 주변 사람에게는 얼굴도 이름도 그대로이므로, 새로 온 사람을 대하듯 설명해 줄 이유가 없다.
처음에는 꿈이라고 여길 수 있다. 그런데 원래 몸으로 돌아와도 상대가 한 행동의 결과는 남는다. 둘은 서로의 생활을 망치지 않으려고 규칙을 정하고 기록을 남긴다. 휴대폰은 연락 수단인 동시에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의 일을 확인하는 곳이 된다. 다른 사람의 몸을 빌리는 자유가 생기자마자, 내 몸을 빌린 사람을 어떻게 믿을지 고민해야 하는 셈이다.
몸을 바꾸는 마법의 원리는 짧게 넘어가도 이 불편은 쉽게 이해된다. 비밀번호를 알려 준 적 없는 사람이 내 인간관계에 들어가 있다. 내가 내일 만나야 할 사람에게 그가 오늘 무슨 말을 했을까. 변신의 놀라움은 한 번이지만, 그 질문은 몸이 돌아올 때마다 다시 생긴다.
타키의 몸으로 생활하는 미츠하는 타키가 좋아하는 아르바이트 선배 오쿠데라와 가까워지고, 두 사람의 약속까지 잡는다. 원래의 타키는 자신이 직접 쌓지 않은 친밀함을 이어 받아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만날 기회가 생겼으니 기뻐해야 하는데, 그 기회를 만든 사람이 자신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상대를 대했다는 문제가 남는다.
이 장면은 남의 인생을 대신 살면 반드시 사고만 친다는 예상에서 조금 벗어난다. 상대가 내 생활을 더 잘해 버릴 수도 있다. 내가 어려워하던 사람과 편하게 이야기하고, 내가 못 하던 일을 먼저 해낸다. 몸을 되찾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상대는 내 얼굴로 내가 보여 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익숙한 캐릭터의 얼굴과 몸짓이 어긋나는 순간을 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오래 남는 변화는 주변 사람의 반응에 있다. 어제는 다정하던 사람이 오늘은 왜 이렇게 서투른지, 함께 지내던 사람들은 원인을 알지 못한다. 관객은 그 차이를 알기 때문에 타키가 약속을 이어 가는 모습을 긴장하며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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