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둘이 만나지만 데이트는 아니라구요

by김동은WhtDrgon

데이트가 아니라는 말 Not a Date:

함께 외출한 두 사람이 데이트는 아니라고 말하거나, 주변만 그렇게 생각한다. 같은 만남에 서로 어떤 기대를 붙이는지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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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자는 제안과 사귀자는 제안 사이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있다

함께 결혼식에 가자는 말을 들으면 데이트 신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담스 패밀리 2〉의 조엘도 그렇게 묻는다. 초대한 웬즈데이의 대답은 단호하다. 데이트는 아니다. 그런데 조엘은 실망해서 초대를 거절하지 않는다. 그래도 기꺼이 가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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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웬즈데이는 음산한 취향을 가진 아담스 가족의 딸이다. 밝게 웃고 모두와 어울리라는 여름 캠프의 분위기가 불편하고, 그곳에서 만난 조엘 역시 무리의 중심에 잘 섞이지 못한다. 두 사람은 서로가 이상하다고 느낄 만한 특징을 공유한다. 그래서 조엘이 초대를 받아들이는 이유를 꼭 평범한 데이트의 성공으로만 설명할 필요는 없다. 자신과 함께 가고 싶다는 말 자체가 반가울 수 있다.


짧은 문답의 재미는 두 사람이 같은 행동에는 동의하면서 그 이름에는 동의하지 않는 데 있다. 웬즈데이는 함께 가자는 제안을 거절하지 않는다. 조엘도 데이트라는 이름을 받아야만 따라가겠다고 고집하지 않는다. 둘의 관계는 정해진 호칭보다 한발 먼저 기정사실화 된다.


데이트라는 말에는 다음 질문이 따라온다

누군가와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행동은 친구끼리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데이트라고 부르면 같은 행동에 기대가 추가된다. 나에게 이성적인 관심이 있는지, 다음에도 둘이 만날 것인지, 다른 사람에게는 우리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이 때문에 이야기 속 인물은 상대와 시간을 보내고 싶으면서도 데이트라는 표현을 피한다. 그 말이 요구하는 설명을 아직 준비하지 못했을 수 있다. 반대로 상대가 실제로 친구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선을 긋는 경우도 있다. 말만 같다고 속마음도 같지는 않다.


웬즈데이와 조엘의 문답은 그 차이를 길게 설명하지 않고 남겨 둔다. 두 사람은 상대를 싫어해서 물러서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익숙한 연애의 예법을 그대로 따라야 할 이유도 없다. 데이트가 아니라는 대답 뒤에 초대가 유지된다는 점을 보면, 거절된 것이 사람인지 명칭인지 구별할 수 있다.


친구로 초대했다는 말을 믿어 주는 사람

소설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에서 해리는 슬러그혼 교수의 파티에 함께 갈 사람을 구한다. 루나 러브굿을 초대하면서는 친구로 가는 것이라고 분명히 한다. 루나는 그 말을 서운하게 듣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친구로 파티 초대를 받은 일 자체를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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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학교에서 독특한 말과 행동 때문에 종종 놀림을 받는 학생이다. 해리가 그녀를 선택하는 순간을 이해하려면, 연애 상대를 골랐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있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려 하는지도 볼 필요가 있다. 파티에 동행하는 것은 공개적인 행동이다. 해리는 루나와 함께 나타나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두 사람 사이의 설명은 충분하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 그 설명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난을 좋아하는 폴터가이스트 피브스는 해리와 루나의 동행을 연애 이야기로 퍼뜨린다. 당사자들은 친구로 가기로 합의했는데, 주변은 한 쌍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이 장면에서 독자가 모든 부정을 숨은 사랑의 증거로 받아들이면, 루나가 초대를 기뻐하는 다른 이유를 놓치게 된다. 친근하게 대해 주는 친구를 얻는 일은 연애의 예비 단계라서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해리와 루나는 함께 가는 이유를 알고 있고, 그 이유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


웬즈데이의 짧은 대답에는 관계의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해리의 설명은 그보다 명확하다. 같은 ‘데이트 아님’이라도 한쪽에서는 아직 정하지 않은 관계를 보고, 다른 쪽에서는 주변의 짐작에 흔들리지 않는 우정을 볼 수 있다.


같은 버튼을 눌러도 같은 관계는 아니다

게임 〈Grand Theft Auto IV〉의 니코 벨릭은 낯선 도시 리버티 시티에서 생계를 구하다 범죄와 얽힌다. 그가 만나는 케이트는 함께 일을 하는 패키 맥리어리의 여동생이다. 케이트는 자기 가족의 범죄 생활을 가까이서 보아 왔고, 니코와 더 깊이 연루되는 일에도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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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는 케이트에게 연락해 함께 외출할 수 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형식은 게임 속 다른 연인과의 만남을 닮았다. 그러나 케이트는 그것을 데이트라고 부르지 않고, 니코와 친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조작하는 사람의 눈에는 익숙한 연애 과정처럼 보여도 상대가 정하는 관계의 범위는 다르다.


영화와 소설에서는 관객이나 독자가 인물의 말과 행동을 비교한다. 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연락하고 만나기 때문에 한 가지 기대가 더 생긴다. 내가 시간을 들여 반복해서 만나면 관계도 그에 맞춰 진전될 것 같다는 기대다. 케이트의 말은 그 기대와 부딪친다.


그녀가 주저하는 이유는 호감의 양만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과 가까워지면 그가 살아가는 방식도 생활에 들어온다. 케이트에게 니코와의 관계는 재미있게 외출할 수 있는지뿐 아니라 범죄와 얼마나 거리를 둘 수 있는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녀의 말을 함께 들어야 하는 까닭이다.


함께 나갔다는 사실만으로 데이트가 성립한다고 생각하면 이 장면은 이상해 보인다. 하지만 같은 외출이 서로 다른 약속으로 읽힐 수 있다고 보면 긴장이 이해된다. 플레이어가 고르는 것은 다음 행동이고, 케이트가 말하는 것은 그 행동을 어떤 관계로 받아들이겠느냐는 것이다.


두 사람보다 주변이 더 확신할 때

이런 장면은 누가 먼저 좋아하느냐는 질문만으로 읽을 때보다, 누가 어떤 이름을 필요로 하느냐고 물을 때 차이가 잘 보인다. 조엘은 명칭을 양보하고도 초대를 받아들일 수 있다. 루나는 친구라는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기뻐한다. 케이트는 가까워지는 방식에 조건이 있음을 알린다.


셋 모두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 시간이 아직 결정하지 않은 가능성인지, 이미 만족스러운 우정인지, 넘지 않으려는 경계인지는 다르다. 사람들을 같은 식탁에 앉혔다고 이야기가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이유다.


데이트가 아니라는 말 뒤에 웃음이나 망설임이 붙으면 다음 장면이 궁금해진다. 그렇다고 모든 말의 뒤에 반대되는 진심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함께하자는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기대에는 답하지 않는지까지 보면, 연애가 시작되지 않는 장면에서도 관계가 달라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함께 읽는 15가지 클리셰와 트롭스

데이트를 엿보는 사람들 — Date Peepers: 친구나 가족이 두 사람의 데이트를 몰래 지켜보거나 끼어든다.〈대니 팬텀〉(애니메이션): 대니와 샘은 서로 다른 에피소드에서 상대의 데이트를 수상하게 여기고 몰래 지켜본다.

닿기 직전에 멈춘 입맞춤 — Almost Kiss: 입을 맞추려는 두 사람이 방해나 망설임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멈춘다.〈파이널 판타지 XVI〉(게임): 치료실에서 클라이브와 질이 가까워지는 순간 개브가 뛰어들어 입맞춤을 중단시킨다.

한 장뿐인 동반자 표 — Just One Extra Ticket: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여럿인데 여분의 표가 하나뿐이라 선택이 곤란해진다.〈애벗 초등학교〉(드라마): 학교가 얻은 농구 경기 표가 두 장뿐이라는 사실에 교사들이 서로 차지하려 한다.

커플들 사이의 혼자 — Alone Among the Couples: 다정한 연인들 사이에 있는 인물의 독신 상태가 유난히 두드러진다.〈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드라마): 친구들은 혼자가 된 버피를 배려하려고 그녀 앞에서 짝지어 행동하는 일을 일부러 줄인다.

춤추며 가까워지는 마음 — Dance of Romance: 함께 춤추는 경험이 서로에게 끌리거나 마음을 알아차리는 계기가 된다.〈오만과 편견〉(영화): 2005년 영화에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춤추는 동안 주변 인물들이 화면에서 사라져 두 사람에게 시선이 모인다.

함께 연주하며 친해지기 — Duet Bonding: 합주나 음악을 함께하는 경험으로 두 사람이 가까워진다.〈오브리·머투린 시리즈〉(소설): 바이올린을 켜는 오브리와 첼로를 연주하는 머투린은 음악에 귀를 맞추며 우정을 나눈다.

보호하다 생긴 마음 — Bodyguard Crush: 누군가를 지키는 역할을 맡은 인물에게 보호 대상과의 연애 감정이 생긴다.〈스타워즈: 클론의 습격〉(영화): 아나킨은 파드메의 경호를 맡아 나부에 함께 머무르며 오래 품었던 마음을 드러낸다.

나의 다른 모습과 사랑하다 — Loves My Alter Ego: 상대가 같은 사람인 줄 모른 채 다른 신분이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다.〈인어공주〉(애니메이션): 에릭은 자신을 구한 목소리의 주인을 찾느라 곁에 있는 말을 못 하는 아리엘이 그 사람임을 알아보지 못한다.

내 자매와는 사귀지 마 — My Sister Is Off-Limits: 친구가 자신의 자매와 연애하는 일을 형제자매가 못마땅하게 여긴다.〈프렌즈〉(드라마): 로스는 챈들러와 모니카의 관계에 화를 내다가 둘이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기뻐한다.

좋아해서 붉어진 얼굴 — Crush Blush: 좋아하는 사람을 의식하거나 칭찬을 받으면 얼굴이 붉어진다.〈하이 스쿨 뮤지컬 2〉(영화): 트로이의 아버지는 아들이 가브리엘라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얼굴이 붉어진다고 말한다.

좋아해서 꼬이는 말 — Gibberish of Love: 마음에 둔 사람 앞에서 긴장한 나머지 말이 꼬이거나 엉뚱한 소리를 한다.〈매스 이펙트 2〉(게임): 탈리와 연애하는 경로에서는 평소 유능한 그녀가 감정을 말하려 할 때 더듬고 당황한다.

내 마음을 알아차린 순간 — Love Epiphany: 고백에 앞서 인물 스스로 자신이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어메이징 스파이더맨〉(만화): 150호에서 피터는 죽음의 위기에 떠오른 사람이 메리 제인이라는 사실로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린다.

악의 없는 무신경함 — Innocently Insensitive: 상처 줄 생각 없이 한 말이나 행동이 상대의 아픈 부분을 건드린다.〈역전재판 2〉(게임): 죽음과 중태의 심각함을 이해하지 못한 미리카의 말은 동생을 잃을 위기에 놓인 아크로에게 상처가 된다.

금방 들키는 거짓말 — Bad Liar: 어색한 말과 행동 때문에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유지하지 못한다.〈The Adventure Zone: Amnesty〉(팟캐스트): 주노는 덕이 말을 더듬고 욕설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고 거짓말 중임을 알아챈다.

작품이 확정한 연인 — Official Couple: 작품 안에서 두 주요 인물이 확실한 연애 관계로 자리 잡는다.〈슈퍼맨〉(만화): 클라크 켄트와 로이스 레인은 결혼한 연인으로 그려지는 연속성에서 서로의 배우자로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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