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이 붙는 이유에서 팬덤의 문법을 찾습니다
인기 한정판에는 웃돈이 붙곤 합니다. 운동화와 명품 가방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커피 증정품을 받기 위한 스티커도 중고거래 앱에서 한 장씩 가격이 매겨집니다. 콘서트 티켓, 포켓몬 카드, 어린이 세트에 든 장난감도 마찬가지입니다. 리셀(resell, 산 물건을 웃돈을 붙여 되파는 일)은 인기 한정판이 나오면 흔히 따라오는 현상이 됐습니다.
브랜드는 리셀을 대개 막아야 할 문제로 봅니다. 이번 FanCase에서는 순서를 바꿔봅니다. 리셀 문화를 먼저 하나의 팬덤 문화로 보고 해부합니다. 왜 어떤 물건에는 줄이 생기고 웃돈이 붙는지, 그 안에서 어떤 팬덤 코드가 작동하는지를 찾습니다. 리셀러 문제는 출발점이 아닙니다. 그 코드들이 제 역할을 잃는 조건, 곧 무너지는 조건에서 다룹니다.
분석은 팬덤 코드 캔버스의 분석적 접근 순서를 따릅니다. 캔버스는 팬 문화에서 참여의 원리를 뽑아 브랜드 설계에 옮기기 위한 분석 틀입니다. 팬덤 코드는 팬 문화에서 반복되는 참여의 문법이고, 핵심 욕구는 그 참여를 움직이는 마음입니다. 참여 장치는 코드가 실제 참여로 이어지게 하는 규칙과 방식이고, 무너지는 조건은 코드가 제 역할을 잃는 조건입니다. 네 개의 사례로 이 순서의 각 단계를 설명하겠습니다.
리셀 문화는 갑자기 생긴 현상이 아닙니다. 스니커를 모으고 교환하고 되파는 문화는 1970년대에 시작됐고, 1980년대 뉴욕에서 스니커헤드(sneakerhead, 스니커 수집 애호가) 하위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랜 시간 쌓인 문화인만큼, 그 안에는 반복되는 행동과 규칙이 있습니다.
발매일과 드롭(drop, 예고된 시점의 한정 발매) 일정을 챙기고 추첨에 응모합니다. 시리즈를 모으고 빠진 모델을 채웁니다. 품번과 협업 배경에 담긴 의미를 알아봅니다. 손에 넣은 신발을 신은 사진이나 컬렉션을 공개합니다. 이 행동들을 코드와 핵심 욕구로 옮기면 아래와 같습니다.
저는 리셀 문화의 주코드를 선점과 수집으로 읽습니다. 주코드는 빼면 그 문화가 성립하기 어려운 코드이고, 부코드는 문화를 더 두텁게 만드는 코드입니다. 한정 수량과 발매 시점이 없다면 먼저 손에 넣을 이유가 사라집니다. 시리즈를 채우려는 사람이 없다면 빠진 모델에 웃돈을 낼 이유도 약해집니다. 다만 대상에 따라 중심이 달라집니다. 공연 티켓의 웃돈은 주로 선점에서, 카드나 스니커의 웃돈은 선점과 수집이 함께 작동하는 데서 나옵니다. 암호와 인증은 부코드로, 가치를 알아보게 하고 가진 것을 보여주게 합니다.
표의 마지막 열에 '팬에게'라는 단서를 붙인 이유도 있습니다. 같은 행동을 해도 그 행동을 움직이는 욕구는 다를 수 있습니다. 줄 서기는 갖고 싶은 마음에서도, 예상 차익에서도 나옵니다. 차익에 대한 기대는 팬의 욕구와 따로 작동하기도 하고, 함께 작동하기도 합니다. 이 점이 뒤에서 다룰 무너지는 조건과 이어집니다.
리셀 문화를 읽고 그 문법을 설계에 옮긴 사례부터 보겠습니다. 나이키 SB가 읽은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스니커 문화에 전해지는 한 켤레의 전설이고, 다른 하나는 스케이트숍의 판매 관행입니다. 2003년, 나이키 SB는 이베이 색상을 입힌 덩크 한 켤레를 자선 경매에 내놓았습니다.
낙찰가는 3만 달러였습니다. 이 신발은 세상에 단 한 켤레뿐인 덩크로 경매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제작 과정에서 같은 디자인의 샘플이 더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샘플이 온전히 남아 있으면 낙찰받은 한 켤레는 더는 유일하지 않고, 그만큼 가치도 떨어집니다. 그래서 남은 샘플은 조각조각 잘려 온전한 신발로 남지 못하게 됐습니다.
존재하는 수량이 곧 가치라는 수집 문화의 논리를 그대로 따른 결정이었습니다. 이 경매는 되팔기가 아니라 자선 경매였습니다. 그런데도 이 신발이 리셀 문화의 이야기가 된 이유가 있습니다. 이베이는 스니커 거래 시장을 상징하는 곳이었고, 이 신발은 고가 낙찰과 극단적인 희소성의 상징으로 그 시장에 전해져 왔습니다.
낙찰자는 나이키 SB를 만든 샌디 보데커(Sandy Bodecker) 본인이었습니다. 그는 경매 가격을 조용히 끌어올려 직접 낙찰받았고, 온전한 한 켤레와 잘린 한 켤레를 본사 사무실에 보관했습니다. 이 사실은 오랫동안 공개되지 않았고, 보데커는 2018년 인스타그램 댓글에서 자신이 낙찰자라고 밝혔습니다. 이베이 스니커 사업 바카라임자 개리 새니얼(Garry Thaniel)은 거래 시장에서 이베이가 가진 역사를 알리려고 이 신발의 이미지를 늘 곁에 두었다고 합니다. 잘린 샘플과 숨겨진 낙찰자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이 한 켤레는 스니커 문화에서 전설로 이야기되는 신발이 됐습니다.
나이키 SB는 덩크 20주년인 2022년 12월, 이 전설을 기리는 새 버전을 내놓았습니다. 이베이에서는 수집가용 10세트로 7일간 자선 경매를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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