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은 이제 후기를 지우는 기준부터 공개해야 합니다
물건을 사기 전에 후기부터 확인하는 일은 이제 습관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그 후기가 어떤 기준으로 남고 또 사라지는지는, 정작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후기 운영은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 전에도 법의 바깥에 있지 않았습니다. 브랜드에 불리한 후기만 골라 지우는 행위는 기존 전자상거래법으로도 제재 대상이었습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한 가구 판매업체에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2만 3천여 건의 구매 후기 가운데 불만이 담긴 524건을 삭제하고, 2,909건을 비공개로 돌린 행위였습니다.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했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전자상거래법상 일반적인 의무로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누가 후기를 쓸 수 있는지, 얼마나 게시되는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삭제하는지를 소비자에게 미리 공개할 의무입니다. 그 빈칸이 2026년 7월 21일부터 채워졌습니다. 전자상거래법에 제21조의 4 '정보의 투명성 확보 조치'가 신설됐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시행령으로 공개할 정보의 범위와 방법을 구체화했습니다.
공개해야 할 항목은 이렇습니다. 후기 작성 권한이 있는 사람의 범위와 게시 기간, 등급평가 기준 및 그 효과, 삭제 기준과 삭제 시 이의제기 절차입니다. 원칙적으로 소비자가 후기를 확인하는 첫 화면에 공개해야 합니다. 공간의 제약이 있다면 그 화면에서 바로 연결되는 별도 화면에 표시할 수 있습니다.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시행일은 2026년 7월 21일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의 준비를 고려해 3개월의 계도기간을 두고 문답서를 배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개정의 핵심은 '삭제 규제'가 아닙니다. 사후에 잘못을 가려내던 규제 앞에, 기준부터 미리 밝히라는 문이 하나 더 생긴 것입니다. 개정에는 C2C 거래 규율 같은 항목도 함께 담겼지만, 오늘은 후기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개정 내용에서 리뷰가 이렇게 정면으로 다뤄지는 걸 보다가, 문득 제가『리뷰 마케팅』을 쓰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그때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이 "리뷰는 우리도 잘 알죠"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랐습니다. 리뷰를 상세페이지 하단의 장식쯤으로 두고 손대지 않는 곳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이벤트로 개수만 채우다, 정작 고객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아무도 읽지 않는 곳도 있었습니다. 익숙하다는 감각이 오히려 들여다보지 않을 이유가 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후기의 삭제 자체가 막힌 것은 아닙니다. 미리 공개한 기준에 해당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후기를 내리거나 비공개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공개된 정당한 기준 없이 브랜드에 불리한 후기만 골라서 지우는 경우입니다.
전자상거래법의 전체 체계는 두 가지를 함께 묻습니다. 기준을 공개했는가? 그리고 그 기준과 실제 운영이 소비자를 속이는 방식은 아닌가? 이 둘은 별개입니다. '별점 1점은 모두 삭제한다'는 기준을 공개하고 예외 없이 적용했다고 해봅시다. 구매 판단에 불리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감추는 결과를 낳는다면, 그것만으로도 기만적 소비자 유인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관성은 운영의 성실함을 보여줄 뿐, 기준 자체를 정당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저는 이의제기 절차라는 항목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항목이 있다는 것은 브랜드의 판단이 틀릴 수 있음을 법이 전제한다는 뜻입니다. 고객이 "왜 내 후기를 지웠느냐?"라고 물을 통로를 브랜드가 스스로 열어두어야 합니다. 기준은 문서에 적혀 있다고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같은 결과가 나와야 비로소 기준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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