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에 이름을 붙이면, 그 문제를 해석하는 기준이 됩니다
유튜브 영상을 살펴보다가 우연히 일본의 JINS 매장을 간접적으로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안경매니아인 저의 흥미를 끈 것은 멋지고 힙한 디자인의 안경테가 아니었습니다.
'메이크업을 안 해도 되는 안경', '사우나 안경', '눈이 작아지지 않는 안경' 등 신박한 이름의 안경들이었습니다.
특히 영상에서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와이프가 너무 궁금해하는 '눈이 작아지지 않는 안경'은 검색까지 해서 찾아볼 정도였습니다. 와이프의 고민은 안경을 착용하면 눈이 작아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죠.
도수가 높은 안경을 쓰면 눈이 작아 보입니다. 안경 쓰는 사람이라면 다 압니다. 그런데 이 불편에는 이름이 없었습니다. 이름이 없으니 검색할 수도, 요구할 수도 없었습니다. 도수가 높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뿐입니다.
JINS는 여기에 이름을 붙이고 해결바카라을 내놨습니다. 안경테와 눈 사이 거리를 좁히고, 동공과 비슷한 짙은 색으로 경계의 대비를 줄이고, 귀 쪽 테를 두껍게 처리해 렌즈 두께를 가렸습니다. 기술적 발명은 아닙니다. 착시를 활용한 설계입니다.
대단한 것은 그 앞 단계입니다. 아무도 문제라고 부르지 않던 것을 문제라고 부른 일 말입니다.
JINS 라인업을 이름만 늘어놓아 보면 규칙이 보입니다.
2011년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 JINS PC가 출발점이었습니다. 지금은 JINS SCREEN이라는 이름으로, 차단율 25%·40%·60%로 나뉘어 팔립니다. 눈의 건조를 막는 JINS Moisture가 뒤를 이었고, 2018년 일회용 콘택트렌즈 JINS 1DAY, 2021년 뺨색을 보정하는 치크 컬러 렌즈가 나왔습니다. 영상에서 본 '메이크업을 안 해도 되는 안경'도 이 계열입니다.
여기까지는 익히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흥미로운 이름이 이어집니다.
근시 진행 억제를 겨냥한 JINS VIOLET, 자석으로 선글라스 렌즈를 덧붙이는 JINS Switch, 센서로 자세와 몸 상태를 읽는 JINS MEME이 이어집니다. 최근에는 JINS Assist까지 나왔습니다. 안경에 다는 4그램짜리 핸즈프리 마우스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면 커서가 움직이고, 멈추면 클릭이 됩니다.
하나하나가 새로운 문제의 이름입니다. 시력 교정이라는 원래 문제 위에 다른 문제들을 계속 얹어 올린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사례가 JINS SAUNA입니다.
2023년 2월 6일에 나왔습니다. 일본에서 2월 6일은 '목욕의 날'입니다. 발매일까지 문제에 맞춘 셈입니다.
문제 정의는 아주 좁고 구체적입니다. 안경 쓰는 사람은 사우나실에 맨눈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12분 타이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애호가에게는 꽤 큰 불편이지만, 누구도 이걸 시장의 기회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JINS는 프레임과 렌즈 모두 내열 120도 소재를 썼습니다. 김서림 방지 가공을 하고, 힌지에서 금속 부품을 뺐습니다. 자기 도수 그대로 만들 수 있고 난시도 대응됩니다.
그리고 이름을 하나 더 지었습니다. '사륙양용(サ陸両用) 안경'. 수륙양용을 비튼 말입니다. 이 표현은 등록상표까지 받았습니다.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닛케이MJ의 2023년 상반기 히트상품에 올랐고, 닛케이 크로스트렌드의 마케터 오브 더 이어에도 선정됐습니다. 구매자 만족도는 85.4%, 월 4회 이상 가는 헤비 유저에서는 90.3%였습니다.
시력 인구가 늘어난 게 아닙니다. 안경을 써야 할 상황이 하나 늘어난 것입니다.
여기서 이야기를 한번 뒤집어 보죠.
JINS의 모든 것이 시작된 이름은 블루라이트였습니다. 2011년의 JINS PC가 일본 안경 시장의 전제를 바꿨습니다. 시력이 나쁘지 않은 사람도 안경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은 어디서나 팝니다. 다이소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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